디지털 노마드의 유혹_18
강릉의 아침과 발리의 아침
상상해보자.
오전 여덟 시, 강릉 어느 해변 근처의 작은 작업실에서 눈을 뜬다. 지난주에 차를 몰고 내려왔다. 이번 달은 여기서 일하기로 했다. 다음 달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제주를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 통영도 마음에 걸린다. 그것을 결정해야 한다는 압박이 없다는 것이, 아침에 눈을 뜨는 감각을 다르게 만든다.
창밖에 바다가 보인다. 동해의 아침은 빠르다. 해가 수평선 위로 올라오는 것이 창문 안에서 보인다. 커튼을 걷지 않아도 빛이 들어온다. 어제와 다른 색의 하늘이다.
커피를 내리고 노트북을 연다. 오전은 집중 업무 시간이다. 어디에 있든 이 시간만큼은 같다. 화면을 보고, 생각하고, 만든다. 다만 이 아침은 창밖이 다르다. 가끔 시선을 들어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무언가가 조금씩 달라진다. 막혀있던 문장이 풀리기도 하고, 며칠째 고민하던 기획의 방향이 보이기도 한다. 풍경이 생각을 열어주는 것인지, 아니면 익숙하지 않은 공간이 뇌를 각성시키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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