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령
야구의 시선 제61화
- 김호령, 이제는 ‘호령존’이 아니라 ‘호령값’을 물어야 할 시간
6월 28일 잠실.
KIA 타이거즈가 두산 베어스를 12대 1로 완파한 경기의 중심에는 김호령이 있었다.
5회초 2사 2루, 그는 최승용의 공을 잡아당겨 선제 좌월 투런포를 만들었다.
시즌 11호 홈런이었다.
그리고 6회초 1사 만루에서는 싹쓸이 3타점 2루타까지 터뜨렸다.
이날 김호령의 기록은 3안타 5타점.
결승타, 장타, 빅이닝 완성까지 모두 그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이쯤 되면 질문이 바뀐다.
“김호령이 왜 이렇게 잘하지?”가 아니다.
이제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KIA는 김호령을 얼마에 잡아야 하나?”
김호령은 오랫동안 ‘수비의 선수’였다.
넓은 수비 범위, 빠른 타구 판단, 외야의 안정감.
그래서 ‘호령존’이라는 말이 붙었다.
그런데 2025년부터 타격이 달라졌다. 오픈스탠스를 닫고, 몸쪽과 실투를 강하게 잡아당기는 방향으로 바꾼 뒤 장타력이 살아났다.
2025 시즌 그는 105경기 타율 0.283, 6홈런, 39타점, OPS 0.793을 기록했고, 2026년 연봉은 8천만 원에서 2억 5천만 원으로 212.5%나 뛰었다.
그리고 올해는 그 변화가 일시적 반등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5월 23일 기준 김호령은 45경기 타율 0.303, 8홈런, 27타점, OPS 0.874를 기록했다.
5월 19일 LG전에서는 생애 첫 한 경기 3홈런까지 쳤다.
6월 28일 현재 KBO 선수 기록 기준으로는 타율 0.286, 11홈런, 85안타, 46타점, 46득점, 8도루, 출루율 0.330, OPS 0.791로 집계되어 있다.
김호령의 FA 가치는 단순히 타율로만 계산할 수 없다.
첫째, 그는 중견수다.
KBO에서 중견수는 늘 귀하다.
좌익수나 우익수는 타격 중심으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중견수는 수비 범위와 타구 판단, 주루, 송구 안정감까지 모두 필요하다.
김호령은 이 부분에서 이미 검증된 선수다.
둘째, 그는 장타를 치는 중견수다.
예전 김호령은 수비로 벌고 타격에서 까먹는 선수에 가까웠다.
지금은 다르다.
10홈런 이상을 칠 수 있는 중견수, 득점권에서 해결할 수 있는 하위타선 또는 테이블세터, 그리고 수비에서 경기 흐름을 끊어낼 수 있는 선수다.
이런 선수는 FA 시장에서 생각보다 비싸다.
셋째, 그는 KIA 전력 구조상 대체가 쉽지 않다.
KIA에는 김도영, 나성범 이외 외국인 타자 변화, 카스트로 효과, 박재현의 성장 등 여러 타선 변수가 있다.
그러나 중견수 수비의 중심축은 별개다. 김호령이 빠지면 KIA는 단순히 타자 한 명을 잃는 것이 아니라 외야 전체 밸런스를 다시 짜야 한다.
물론 약점도 있다.
가장 큰 변수는 나이다.
김호령은 1992년 4월생, 2026 시즌 기준 34세다.
FA 계약을 맺으면 35세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계약이 시작된다.
장기 대형 계약에는 부담이 있다.
또 올해 타격 상승세가 2년 연속 유지되고 있다고는 해도, 통산 전체로 보면 ‘늦게 터진 선수’라는 리스크가 남아 있다.
그래서 KIA가 해야 할 계산은 명확하다.
김호령을 최지훈급 미래가치로 평가하면 안 된다.
그러나 단순한 수비형 베테랑으로 깎아내려서도 안 된다.
2026-2027 중견수 FA 시장에서 최지훈, 배정대, 정수빈 등과 비교될 수 있지만, 현시점에서 김호령은 “나이는 많지만 즉시전력 가치가 높은 중견수”라는 독특한 포지션에 있다.
이미 4월 말 기사에서도 김호령이 중견수 FA 시장의 다크호스 이상으로 부상했다고 평가됐다.
그렇다면 금액은?
내 판단은 이렇다.
KIA가 시즌 중 또는 시즌 직후 내부 FA로 잡는다면 3년 25억~30억 원이 현실적 기준이다.
계약 구조는 보장 20억 원, 옵션 5억 원 정도가 적정하다.
나이 리스크를 감안하되, 중견수 수비와 올해 장타 생산성을 인정하는 금액이다.
그러나 만약 FA 시장에 나온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중견수가 급한 팀, 외야 수비가 무너진 팀, 즉시전력 베테랑을 원하는 팀이 붙으면 3년 30억~36억 원, 경쟁이 과열되면 최대 4년 40억 원 안팎까지도 가능하다.
다만 4년 보장은 위험하다.
KIA 입장에서는 4년 총액보다 3년 고액·옵션형 계약이 훨씬 현명하다.
김호령의 올해 연봉은 2억 5천만 원이다.
FA 등급이 A 또는 B로 묶일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FA 등급은 최근 3년 연봉 순위와 관련되고, 보상 부담은 타 구단의 영입 의사에 직접 영향을 준다.
A등급이면 보상 부담이 커지고, B등급이어도 보호선수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시장가가 올라가더라도 실제 영입 경쟁은 등급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KIA가 가장 피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나이가 있으니 알아서 남겠지”라는 안일함이다.
다른 하나는 “올해 잘하니 무조건 장기계약”이라는 과열이다.
김호령은 감정으로 잡을 선수가 아니다. 그러나 계산하면 잡아야 하는 선수다.
그는 KIA 외야의 보험이 아니라, 이제는 주전 전력의 한 축이다.
수비만 하던 김호령이 아니다.
홈런을 치고, 만루에서 싹쓸이를 만들고, 경기의 흐름을 가져오는 김호령이다.
6월 28일 잠실의 5타점 경기는 그 상징이었다.
김호령의 FA 가치는 ‘대박’이라는 말보다 ‘정당한 재평가’라는 말에 가깝다.
KIA는 이제 물어야 한다.
“김호령을 얼마에 잡을 것인가?”
내 답은 이렇다.
3년 30억 원 전후. 옵션 포함 32억 원까지.
그 정도라면 KIA도 무리하지 않고, 김호령도 자신의 늦은 전성기에 합당한 대우를 받는다.
한때 김호령의 가치는 글러브에 있었다.
이제 그의 가치는 글러브와 방망이 사이, 그리고 KIA 외야의 중심선 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