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와 함께한 베를린 여행(1)

by장서은


손주가 태어난 지 한 달이 되어 가는 날, 절차에 따라 출생신고를 하려면 딸과 사위는 아기를 데리고 베를린에 가야 했다. 마침 우리 부부도 이틀 뒤면 돌아가야 하기에 2박 3일 동안 베를린 여행을 한 뒤 손주들이 기다리는 파리로 이동하기로 했다. 설렘도 있었지만 걱정이 더 컸다. 이제 갓 태어난 아기를 데리고 세 시간이 넘는 장거리 이동이라 아기한테 무리가 되지 않을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딸과 사위는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아기 용품은 물론 수유나 기저귀 등 갑작스러운 상황까지 대비해 사위는 카시트도 철저히 점검했다.


그렇게 우리는 조심스럽게 출발했다. 가는 길에는 휴게소에 들러 수유도 하고 점심도 먹으며 여유롭게 베를린으로 향했다. 베를린 주재 한국대사관에 도착하자, 딸과 사위는 준비해 온 서류를 들고 출생신고 절차를 밟았고, 그 사이 우리 부부는 잠시 대사관 주변을 산바카라하기로 했다. 낯선 도시 낯선 거리였지만 한 걸음, 한 걸음 걸을수록 왠지 모를 정돈됨과 질서가 느껴졌고,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공원과 차분한 분위기 속의 베를린은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과거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을 거라 짐작했던 도시는 생각보다 단정하고 깨끗했다. 시대의 흐름 속에서 새로 들어선 현대적인 건물들은 저마다 자리를 지키며 오래된 기억과 나란히 서 있었고 하나같이 웅장하면서도 세련된 건축물들은 서로 절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신기한 것은 낯선 이국의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묘한 안정감이 느껴졌다. 남편과 나는 이 도시의 상징처럼 우뚝 선 전승기념탑 ‘승리의 기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장서은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17년 동안 독서교육 현장에서 학생들과 독서지도자를 양성하며 바카라과 글로 삶을 나누어 왔습니다. 인생의 두 번째 계절을 맞아 나를 위해 펜을 든 '글쓰는 할머니 작가'입니다

110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19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