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의 시간
베를린에서의 마지막 밤, 손주와 작별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아침이 밝아오자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딸과 사위는 우리를 베를린 공항까지 데려다준 뒤 다시 세 시간을 달려 프라이베르크로 돌아가야 했다. 올 때는 함께였는데 이제는 우리를 보내고 세 식구만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자꾸 걸리고 안쓰럽고 걱정스러웠다.
프라이베르크에서 보낸 한 달 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안에는 참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손주의 탄생이라는 경이로운 순간을 함께했고 하루하루 눈에 띄게 자라나는 손주의 모습을 지켜보는 기쁨도 누릴 수 있었다. 그동안 유학 생활로 인해 미처 해주지 못했던 것들을 조용히 곁에서 돕고 챙겨줄 수 있었던 시간들과 그 모든 날들이 내겐 선물 같았다.
출산 전 미리 도착해 있던 덕분에 딸이 출산 후 수유로 인해 마음껏 먹기 힘든 음식들을 미리 챙겨줄 수 있었던 것도 참 다행이었다. 손수 반찬을 만들어주고 맛있는 식당들을 함께 찾아다니며 이것저것 골고루 먹게 해 주면서 엄마, 아빠의 마음을 전할 수 있었던 시간들이 이번 머무름 속에서 가장 기쁘고 보람 있었던 일 중 하나였다.
프라이베르크는 낯선 독일 땅이지만 딸의 집이 있어서일까, 우리 부부에게도 이상하리만큼 마음의 고향처럼 느껴졌다. 도시 전체가 조용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따뜻하고 친절했다. 큰소리 한 번 들리지 않는 평화롭고 한적한 골목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가족이 곁에 있었기에 이 도시는 우리 부부에게 더욱 편안하고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이제 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짐은 가볍지만, 마음은 무겁다. 작별의 순간이 다가올수록 지난 시간들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기쁨도, 감동도, 그리고 이별의 슬픔까지도 그 모든 감정들을 고스란히 안고 우리 부부는 다시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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