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우리 부부는 동이 트기도 전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간에 호텔을 나와 산바카라에 나섰다. 딸이 알려준 대로 강변을 따라 걷기로 했다. 그런데 걷다 보니 길이 공사로 막혀 있었다. 딸 말로는 강을 따라 쭉 가면 된다고 했는데, 우리가 마주한 길은 달랐다. 순간 남편은 당황하며 그냥 돌아가자고 했다. 나는 이왕 나온 김에 돌아가 보자며 앞장섰다. 걷다 보면 길이 나올 거라는 생각으로 걷다 보니 다행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바로 그곳에서부터 베를린의 진면목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웅장하고 현대적인 건물들이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서 있었다.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하고 화려한 불빛들은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그 장면은 말 그대로 황홀했다. 우연히 들어선 강변 옆 풍경은 더욱 놀라웠다.
강가에 줄지어 늘어선 건물들을 보는 순간, 물의 도시 베니스에서 본 풍경들과 닮아 있었다. 건물들 사이로 새어 나오는 따스한 조명과 손님 맞을 준비로 분주한 카페의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남편은 감탄을 연발하며 멋진 장면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처음엔 당황하던 남편이 그 순간만큼은 그 누구보다 들떠 보였다. 그냥 돌아갔더라면 ‘이 멋진 풍경을 놓칠 뻔했네’라는 남편의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걷다 보니 고풍스럽고 우아한 국회의사당 건물이 눈앞에 펼쳐졌다. 남편이 꼭 보고 싶어 했던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건물 전체가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위엄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뿜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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