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와 첫 크리스마스 마켓 나들이

드레스덴을 찾아서

by장서은


출산 후 3주가 지나면서 딸의 몸도 많이 회복되었다. 거동도 한결 자연스러워지고 상처도 꽤 아물었다. 하지만 손주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밤새 엄마 젖을 물고 잠들었다가 깨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보니 딸과 사위도 푹 잠들 수 없는 밤이 이어졌고 그 모습을 지켜보자니 너무나 안타까웠다. 마음 같아선 딸과 사위를 푹 쉬게 하고 모든 걸 대신해주고 싶었지만, 우리가 떠난 후엔 결국 두 사람이 이 모든 걸 감당해야 하기에 힘들더라도 손주가 엄마, 아빠의 품과 손길에 하루빨리 익숙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옆에서 조용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한 주 뒤면 손주의 출생신고를 위해 베를린에 있는 한국대사관에 가야 한다. 편도 세 시간, 왕복 여섯 시간의 긴 여정의 그 먼 길을 신생아를 데리고 다녀와야 한다. 딸과 사위는 그날을 위한 예행연습도 해볼 겸 집에서 차로 40분 거리인 드레스덴 크리스마스 마켓을 다녀오기로 했다.


프라이베르크처럼 조용한 소도시와는 차원이 다른 드레스덴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그 유명한 드레스덴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엄마, 아빠가 독일에 있는 동안 딸은 꼭 보여주고 싶어 했다. 그 진심을 알기에 오늘 손주를 데리고 떠나는 드레스덴의 외출을 선뜻 거절할 수 없었다. 하지만 걱정이 앞섰다. 한국이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출산한 지 불과 몇 주밖에 안 된 산모가 그것도 신생아를 데리고 겨울바람 부는 야외로 외출을 한다니 아직도 산후조리를 철저히 해야 할 시기이고 몸을 싸매고 누워 있어도 부족한 시기인데 너무 걱정이 됐다.


그러나 독일은 몸을 인위적으로 뜨겁게 데우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회복되도록 돕는 이들의 방식은 찬바람을 쐬지 말라는 것이 무조건적인 원칙은 아니었다. 이곳 문화에선 가능한 일이고 무리하지 않는 선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나로선 딱히 말릴 명분도 없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작은 모험을 감행하기로 했다. 생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손주와 함께 독일에서 가장 오래되고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드레스덴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향했다. 손주와의 첫 외출은 우리에게 걱정 반, 설렘 반의 여정이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장서은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17년 동안 독서교육 현장에서 학생들과 독서지도자를 양성하며 바카라과 글로 삶을 나누어 왔습니다. 인생의 두 번째 계절을 맞아 나를 위해 펜을 든 '글쓰는 할머니 작가'입니다

110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19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