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전화가 끊긴 뒤
나는 상미를 만나러 가는 버스에 올랐다.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초조해서인지,
빨리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
나도 알 수 없었다.
조금 전까지
상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두려워했다.
어두운 지하로 내려가 잠긴 문을 잡아당겼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상미의 이름을 불렀다.
다시는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계단에 주저앉아 울었다.
그런데 상미가 살아 있었다.
전화로 상미의 목소리를 들었는데도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이 남아 있었다.
직접 얼굴을 보고 싶었다.
내 눈앞에 있는 상미를 확인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빨리 상미를 안고 싶었다.
버스가 달리는 동안
마음은 이미 상미의 집 앞에 가 있었다.
지금 어디쯤 왔는지,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만 생각했다.
몇 시간을 기다린 것도 아닌데
시간이 더디게 흘렀다.
버스가 조금이라도
더 빨리 달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당장이라도 내려서 상미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마침내 상미의 집 앞에 도착했다.
나는 그곳에서 상미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일 초가 일 분처럼 길었다.
오 분이 흘렀을 뿐인데
오십 분은 지난 것 같았다.
밤새 연락을 기다렸던 시간과는
다른 기다림이었다.
어젯밤에는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두려워하며 기다렸다.
지금은
곧 상미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기다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상미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당장이라도 문을 열고 내 앞에 나타났으면 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마침내 상미의 얼굴이 보였다.
그 순간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상미가 정말 내 앞에 있었다.
나는 곧장 상미에게 다가갔다.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지 생각할 틈도 없었다.
상미 앞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를 품에 안았다.
상미는 웃었다.
그리고 말없이 내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 손길이 닿자
밤새 나를 붙잡고 있던 두려움이
조금씩 풀리는 것 같았다.
상미가 무사했다.
내가 다시 안을 수 있는 곳에 있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나는 상미를 쉽게 놓지 못했다.
품에 안고 있는 동안에야
비로소 그녀가 돌아왔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상미를 다시 만난 뒤
우리의 사랑은 점점 더 깊어졌다.
회사에서 하루 일을 마치면 상미를 만나러 갔다.
평일이라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다음 날 아침이면 다시 출근해야 했지만,
상미와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셨다.
시간이 늦어지는 줄 알면서도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었다.
결국 다음 날 아침까지 함께 있는 날도 많았다.
아침이 되면 상미를 집에 데려다주고
나는 그대로 회사로 출근했다.
밤에는 상미와 함께 있었고,
아침에는 다시 일터로 향했다.
피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상미를 만나지 않는 것보다 나았다.
하루를 힘들게 버티더라도
퇴근 후에 상미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일을 마치면 만나고,
다음 날 다시 출근하는 생활이 반복됐다.
주말이면 함께 있는 것이 당연했다.
주말에 무엇을 할지보다
상미와 어디에서 만날지를 먼저 생각했다.
특별한 계획이 없어도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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