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미

9장

by이청목

회사에서 일을 하는 동안에도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만 맴돌았다.


상미를 어떻게 빼낼 수 있을까.


일을 하다가도 생각났고,

밥을 먹다가도 생각났다.


기계를 바라보고 있어도,

손은 일을 하고 있는데

머릿속은 온통 상미뿐이었다.


상미와 매일 통화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문자메시지를 보내놓고 기다리면

상미가 시간이 될 때 연락해오는 게 전부였다.


그 기다리는 시간이 싫었다.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일을 하다가도

진동이 울린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몇 번이고 꺼내 확인했다.


아무것도 오지 않았는데

괜히 화면을 켜보기도 했다.


무엇보다

상미가 다른 남자들과 술을 마시고 있다는 생각을

견디기 힘들었다.


내가 모르는 남자 옆에 앉아 술을 따르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상미를 상상하면

얼굴이 뜨거워졌다.


질투인지 화인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둘 다였는지도 모른다.


하루라도 빨리

상미를 그곳에서 나오게 해야 했다.


하지만 스물한 살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상미의 연락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그러다 금요일이 왔다.

상미를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퇴근할 때까지만 해도 연락이 됐다.

상미는 퇴근 잘하라고 했다.

보고 싶다고도 했다.

일이 끝나는 새벽에 만나자고 했다.


그 한마디 때문에

퇴근하는 발걸음마저 가벼웠다.

오늘만 지나면 상미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날 밤,

상미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문자를 보냈다.

답이 없었다.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다시 집어 들었다.


화면에는 내가 보낸 문자만 남아 있었다.

조금 있다 다시 보냈다.

그래도 답이 없었다.


전화를 걸어봤지만 받지 않았다.

신호음만 귓가에 길게 이어졌다.


한 번.

두 번.

세 번.

받지 않았다.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방 안을 한 바퀴 돌았다.

그러다 다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혹시 그사이에 문자가 왔을까 싶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처음에는 일이 바쁜가 보다 생각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그렇게 나를 달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머릿속에서는 좋지 않은 생각들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술에 취한 남자에게

무슨 일을 당한 건 아닐까.


상미가 말했던 무서운 삼촌이라는 사람에게

잘못된 건 아닐까.


한번 시작된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하나의 걱정이

또 다른 걱정을 만들었다.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시계를 몇 번이나 들여다봤다.

시곗바늘은 내가 바라본다고

빨리 움직여주지 않았다.


새벽 두 시.

원래 만나기로 했던 시간이 됐다.


그래도 상미에게서는 연락이 없었다.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미가 일하는 곳으로 가야 했다.


택시를 잡아탔다.


“빨리 좀 가주세요.”


기사님에게 말하고 뒷좌석에 앉았다.

가는 동안에도 계속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았다.

문자를 보냈다.

답이 없었다.


창밖의 가로등과

간판들이 빠르게 뒤로 밀려났다.

신호에 걸려 택시가 멈출 때마다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빨간불이 왜 그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몰랐다.


택시 안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 것조차

견디기 힘들었다.


혹시 내가 늦어서,

단 1분이라도 늦어서

상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택시가 도착하자 돈을 내고 뛰어내렸다.

그리고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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