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시간이 흐를수록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상미를 만났다.
퇴근하면 상미에게 갔고,
늦은 시간까지 함께 있다가
집에 들어가지 않는 날도 많아졌다.
그럴수록 어머니의 잔소리도 늘어났다.
“돈이 어디서 나는데
너는 매일 외박하니?”
어머니는 내가 외박하는 것보다
돈을 많이 쓰는 일을
더 걱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들이 집에 들어오지 않아 걱정하는 것인지,
얼마 되지 않는 월급을
모두 써버릴까 봐 걱정하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어머니는 돈 이야기를 자주 하셨다.
상미와의 관계는 깊어지고 있었지만,
집에서는 돈 때문에 부딪치는 일이 늘어났다.
돈은 더 이상
내 지갑 안에서만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어머니와 나 사이로 들어왔고,
조금씩 상미와 나 사이에도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답답한 마음이 커질수록
상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차라리 월세방을 얻는 건 어때?”
이번에는 상미를 만나
제대로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상미를 만나러 가는 길은
언제나 짧게 느껴졌다.
얼마나 걸렸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를 만난다는 생각만으로
마음은 이미 앞서가고 있었다.
그만큼 상미를 만나는 일은
내게 큰 의미가 되어 있었다.
저 멀리서
갈색 트렌치코트를 입은 상미가 걸어왔다.
상미는 나를 발견하자
씨익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웃는 모습이 예뻤다.
웃을 때마다
눈이 반달처럼 휘어지는 상미를 보고 있으니
월세방이고 무엇이고
당장 함께 있고 싶은 마음부터 들었다.
“완아, 많이 기다렸어?”
“아니. 나도 방금 왔어.”
상미는 내게 다가오자마자
허리를 감싸고 걷기 시작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자주 가던 모텔로 향했다.
누가 먼저 가자고 말하지 않아도
발걸음은 익숙한 곳을 향했다.
자주 만나다 보니
밖에서 술을 마신 뒤 방을 잡는 것보다
술을 사서 모텔에서 마시는 편이
돈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차피 술을 마시고 나면
함께 밤을 보낼 것이니,
처음부터 술을 사서 방으로 가자고
상미가 먼저 권했다.
이제 상미와 모텔에 들어가는 일도
어색하지 않았다.
모텔 사장님도 우리를 알아보고
어서 오라며 반겨주었다.
가끔은 제목도 붙어 있지 않은
비디오테이프를 먼저 권하기도 했다.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 느꼈던 낯섦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상미와 나에게 모텔은
잠깐 머물다 나오는 곳만은 아니었다.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고,
늦은 밤까지 함께 있을 수 있는
둘만의 공간이 되어 있었다.
방에 들어간 상미는
소파에 앉자마자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상미의 입에서 나온 담배 연기가
천천히 위로 퍼졌다.
“완아, 생각해 봤어?”
“응. 그런데 요즘 월세가 얼마나 하는지부터
알아봐야 하잖아.”
막연하게 생각할 때와
숫자로 계산할 때는 달랐다.
상미는 내 월급이 얼마인지,
잔업과 특근을 하면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자세히 물었다.
우리가 당장 월세방을 구하려면
보증금으로
200만 원에서 300만 원 정도가 필요했다.
매달 내야 하는 월세도
20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였다.
거기에 두 사람의 핸드폰 요금과 식비,
생활비까지 더해보니
한 달에 최소 70만 원 이상은 필요할 것 같았다.
내가 잔업과 특근을 100시간 가까이해야
받을 수 있는 월급은 90만 원 정도였다.
두 사람이 생활하는 데 70만 원을 쓰고 나면
남는 돈은 20만 원뿐이었다.
어머니께 매달 드리던 50만 원을
그대로 드릴 수 없는 금액이었다.
월세방을 얻는 순간
집에 생활비를 드리지 못하게 되는 셈이었다.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다.
상미와 함께 살고 싶었다.
매일 헤어질 시간을 걱정하지 않고
같은 공간에서 눈을 뜨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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