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맞아.”
상미가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나 거기서 일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며칠 동안 수도 없이 상상했던 대답이었다.
설마.
아니겠지.
혼자 몇 번이나 되뇌었던 말인데,
막상 상미의 입으로 직접 듣자
머릿속이 텅 비어버렸다.
상미는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먼저 말하려고 했어.”
잠시 말이 없었다.
“이렇게 알게 해서 미안해.”
나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화가 난 건지, 슬픈 건지,
왜 거짓말했냐고 따지고 싶은 건지
나조차 알 수 없었다.
다만 하나만 물었다.
“왜...”
상미가 고개를 들었다.
“왜 그런 데서 일하게 됐어?”
상미는 금방 대답하지 않았다.
테이블 위에 놓인 술잔을 만지작거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상미는 세 자매 중 막내라고 했다.
IMF가 터지면서
아버지가 다니던 회사가 부도났고,
집안 형편이 급격하게 어려워졌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는 가족을 남겨둔 채 집을 떠났다.
어머니와 성인이었던 두 언니가 일을 시작했다.
상미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집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듣고 있었다.
며칠 동안 혼자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상미의 입에서 하나씩 나오고 있었다.
상미가 나를 바라봤다.
“완아, 미안해.”
목소리가 조금 작아졌다.
“네가 싫으면 그만둘게.”
그 말을 듣는 순간 고개를 들었다.
“진짜?”
“응. 그런데…….”
상미가 말을 멈췄다.
“바로 그만둘 수는 없어.”
“왜?”
“미리 받은 돈이 있어.”
순간 회사 형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정말 그곳에서 일하고 있다면
빼내야 할 것 같다고 했던 말.
나는 상미 쪽으로 몸을 당겼다.
“빌린 돈이 많아? 얼마나 되는데?”
“많지는 않아.”
“그럼 갚으면 되잖아.”
상미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
“왜?”
“삼촌들이 못 갚게 해.”
“뭐?”
“계속 붙잡아두고 일 시키려고 하는 거지.”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돈 갚겠다는데 왜 못 갚게 해?”
상미는 대답하지 않았다.
꺼져버린 담배를 바라보며 한동안 말이 없었다.
화가 났다.
누구에게 화가 나는지도 모르겠다.
상미를 붙잡고 있다는 사람들에게 화가 났고,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나 자신에게도 화가 났다.
상미를 바라보는데
가슴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상미야.”
“응.”
“내가 어떻게 해서든 너 거기서 나오게 해 줄게.”
상미가 나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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