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7장

by이청목

일을 하다가도 자꾸 손이 멈췄다.


기계를 보고 있는데도 어느 순간

머릿속에는 전혀 다른 장면이 떠올랐다.


305호.


어두웠던 방 안과 희미한 담배 냄새,

상미의 웃는 얼굴.

그리고 아침에 모텔을 나와

자연스럽게 잡았던 손.


고개를 흔들고 다시 일에 집중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상미가 생각났다.


미치겠네.


일을 해야 하는데 자꾸 보고 싶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체육관에서 가끔 마주치는 누나였다.

그런데 이제는 하루만 보지 않아도

궁금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지금 뭐 하고 있을까.
밥은 먹었을까.
오늘도 아르바이트하러 갔을까.


그러다 상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 그냥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해.”


내가 일하는 곳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하자

상미는 유난히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일하는 데는 오지 마.

일하는 모습 보여주기 싫어.”


어디냐고 몇 번을 물어서야

대충 위치를 알려줬다.


땡땡이 골목 위쪽.

대신 자기가 오라고 할 때만 오라고 했다.


그때는 별생각이 없었다.

나에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부끄러운가 보다 했다.


그런데 상미가 보고 싶었다.


얼굴이라도 잠깐 보고 싶었고,

늦은 시간까지 일한다는 상미를

집까지 데려다주고 싶었다.


전화하면 오지 말라고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말하지 않았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상미가 알려준 동네로 향했다.


새벽이었다.


가게들의 불빛은 아직 꺼지지 않았고

골목에는 술을 마신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나는 천천히 걸으며 호프집 간판을 찾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한 블록을 지나고

다시 골목을 돌아도

내가 찾던 호프집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가 아닌가?’


다시 상미가 말했던 위치를 떠올렸다.

분명 이 근처였다.

조금 더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제야 간판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호프집이 아니었다.


룸살롱.

단란주점.

또 룸살롱.


골목을 따라 비슷한 간판들이 줄지어 있었다.

걸음이 조금씩 느려졌다.


‘뭐지?’

내가 알고 있던 그 동네에는

원래 호프집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직접 와서 보니

거의 없는 정도가 아니었다.


아무리 돌아다녀도

상미가 말했던 호프집은 찾을 수 없었다.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상미에게 전화하면 되는 일이었다.

어디냐고 물어보고, 데리러 왔다고 하면 됐다.


전화번호까지 띄웠다.

그런데 통화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상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내가 일하는 데는 오지마.

일하는 모습 보여주기 싫어.”


그 말이 그날따라 이상하게 들렸다.

고개를 들어 다시 골목을 바라봤다.


화려한 간판들이

어두운 밤거리를 밝히고 있었다.


설마.

아니겠지.

상미가 나한테 거짓말할 이유가 없잖아.


휴대전화를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결국

상미에게 전화하지 않은 채 돌아섰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머릿속에서는 같은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설마.

설마.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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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테스 센터 대표에서 마음을 쓰는 감성 에세이스트가 된, 이청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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