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여보세요?”
벨은 길게 울리지 않았다.
수화기 너머로 상미 누나의 목소리가 들리자
머릿속이 하얘졌다.
번호만 저장하려고 했을 뿐이었다.
적어도 통화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이렇게 빨리 받을 줄은 몰랐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누나는 몇 번이나
“여보세요?”
하고 되물었다.
주머니에서 낯선 번호가 적힌 쪽지를 발견해
확인하려고 전화했다는 말을
숨도 쉬지 않고 늘어놓았다.
언제 번호를 줬는지,
어제는 잘 들어갔는지,
왜 내게 번호를 준 건지
질문도 한꺼번에 쏟아냈다.
그녀는 웃었다.
천천히 하나씩 물어보라며,
내가 어느새 반말을 하고 있다는 것도
장난스럽게 짚었다.
누나와 나 사이의 거리가
갑자기 사라진 것 같았다.
전날까지는 선배의 여자 친구였고,
‘누나’라고 불러야 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전화 한 통으로
우리 사이가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어제 정말 기억 안 나?"
사실 쪽지를 받은 장면은 지나치게 선명했다.
손을 잡던 감촉도,
대수롭지 않게 번호를 내밀던 표정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누나는
해상 선배가 화장실에 간 사이
단둘이 술을 마시고 싶다며
내가 먼저 연락처를 물었다는 것이다.
분명한 거짓말이었다.
내가 아무리 술에 취했어도
그럴 용기는 없었다.
누나가 먼저
쪽지를 건넸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처음에는 조금 괘씸했다.
그런데 내가 둘만 만나자고 해서
설레었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설레었다는 한마디에 마음이 흔들렸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지만,
누나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거짓말이 사실처럼 느껴졌다.
누나가 먼저 술을 마시자며
번호를 준 것 아니냐고 물었다.
말을 뱉고
그녀는 내가 모두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더는 모르는 척하지 말라고 했다.
기억하고 있든 아니든 상관없다고도 했다.
“네가 전화해서
지금 통화하고 있는 게 중요하지.”
그녀는 자신이 만든 어색한 상황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넘겼다.
나는 그 흐름을 따라가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내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착하고 순수해 보였고,
운동을 잘해서 몸도 좋아 보였다고 했다.
기분이 좋았다.
여자에게 그런 말을 직접 들어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설렘이 커지는 만큼
전날 느꼈던 죄바카라감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우리 이렇게 통화해도 되는 거야?
누나, 해상 선배랑 사귀잖아.”
번호만 저장하려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고 생각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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