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야, 일어나! 안 일어나냐~?!”
어깨를 거칠게 흔드는 손길에 눈을 떴다.
뿌연 시야 너머로 해상 선배 얼굴이 보였다.
여긴…. 부천역 먹거리 오락실 앞.
어? 뭐야. 왜 해상 선배가 있는 거지?
해상 선배는 합기도 체육관 선배였다.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은근히 사람을 무시하는 성격이라
좋아하는 선배도 아니었다.
키는 175cm쯤 되었고 마른 체격이었다.
얼굴에는 여드름 자국이 많았고,
인상은 날카로웠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 눈이었다.
얇은 쌍꺼풀, 그 눈은 사람을 볼 때마다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내가 왜 여기 있지?
기억의 끄트머리가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이 월드컵 4강에 오른 날이었다.
온 나라가 붉은 물결로 들썩였고
거리마다 환호성이 터졌다.
폭죽이 터지고, 모르는 사람끼리도 얼싸안았다.
그리고 나 역시 친구들과 미친 듯이 술을 마셨다.
술에 취해 있을 때 해상선배의 전화를 받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길가 의자에 비틀거리며 앉아 있었고,
해상 선배와 한 여자가 서 있었다.
박상미
그녀는 체육관에서 몇 번 마주쳤던 여자였다.
운동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고,
말투는 차분했고, 성격은 활발했다.
키는 158cm 정도.
마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통통하지도 않았다.
웃을 때면 눈이 반달처럼 휘어지는,
귀여운 인상의 평범한 여자였다.
눈에 띄는 미인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눈에 밟혔다.
한 번도 제대로 말을 나눠본 적은 없었지만,
체육관에서 마주칠 때마다
괜히 한 번 더 보게 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해상 선배 바로 옆에 서 있었다.
괜히 마음 한쪽이 허전해졌다.
은근히 눈에 밟히던 상미 누나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아니.
처음부터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었어야 했다.
해상 선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 새끼, 여기서 졸고 있네.
얼마나 처마신 거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머리는 깨질 듯 아팠고 속은 뒤집혀 있었다.
상미 누나가 내 쪽으로 몸을 숙이며 물었다.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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