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홈페이지는 세 번 만들었다. 지금도 고치고 있다.
첫 번째는 평범한 IT 회사 홈페이지였다. 회사 소개, 사업 영역, 연락처. 27년 동안 남의 회사 홈페이지를 기획하고 승인해 온 사람이라, 어떻게 생겨야 하는지는 손이 먼저 알았다. 이름은 ATINWorks로 걸었다. 겉으로는 번듯했다.
그런데 다 만들고 나서 열어 보니 이상했다. 사람이 없었다.
회사가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서 일할 내가 보이지 않았다. 직원도 사무실도 없는 1인 사업자가 규모 있는 회사의 말투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었다. 들어온 사람에게는 “이 사람이 누구지?”보다 “이 회사는 뭐지?”가 먼저 떠오를 것 같았다.
1인 브랜드를 하겠다고 해 놓고, 익숙한 회사의 얼굴을 빌려 쓰고 있었다.
그래서 반대로 갔다. 두 번째는 나를 앞에 세웠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나를 보여 주려니 쓸 말이 너무 많았다. 맡았던 일, 만든 서비스, 운영한 조직, 숫자까지 하나도 빼기 아까웠다. 어떤 경력은 빼면 내가 덜 설명되는 것 같았고, 어떤 성과는 적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것 같았다.
쓰다 보니 페이지가 길어졌다. 길어질수록 더 안심이 됐다. 이만큼 했다는 것을 다 적어 두면, 처음 보는 사람도 나를 믿어 줄 것 같았다.
완성하고 읽어 보니 이력서였다.
이름을 걸고 내 일을 시작하겠다고 했는데, 홈페이지에서도 내가 해 온 일을 나열하고 있었다. 회사 이름 뒤에 숨었던 자리에 이번에는 경력을 세워 놓았다.
경력이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다만 읽는 사람이 먼저 알고 싶은 것은 따로 있었다. 자기 회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이 사람이 맡아 줄 수 있는지, 지금 막힌 문제를 함께 풀 수 있는지.
나는 내가 설명하기 편한 순서대로 쓰고 있었다.
세 번째는 방문하는 사람의 자리에서 시작했다.
“전략은 있는데 실행이 안 됩니다.”
“프로젝트가 계속 지연됩니다.”
“AI를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상황이면 찾아오시라고 적었다. 그 아래에 내가 하는 일을 놓고, 그 일을 믿을 만한 사례와 경력을 붙였다. 경력을 지운 것이 아니라, 뒤로 옮긴 것이다.
맨 위 한 줄은 앞서 정한 그대로 두었다.
“도구보다 기준을 먼저.”
그 문장 아래에서 내가 어떤 문제를 맡을 수 있는지 설명하려 했다. 멈춘 프로젝트를 진단하고, 실행 구조를 다시 세우고, 필요한 도구를 직접 만드는 일. 내가 해 온 일을 방문하는 사람의 상황에 맞춰 다시 적었다.
이전 두 번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누구에게 말하는 페이지인지는 조금 더 분명해졌다.
그런데 이 방향이 맞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고객이 이 페이지를 보고 문의를 줄지, 내가 적은 문제에서 자기 상황을 발견할지 알 수 없다. 나에게는 익숙한 말이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쉽게 읽히는지 확신이 없다.
방문자 수는 보이는데, 그 사람이 무엇을 느꼈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여전히 모르겠다고 생각했는지 숫자로는 알 수 없었다.
만들 때는 문장 하나를 바꾸면 나아진 것 같았다. 다음 날 다시 읽으면 그 문장이 또 걸렸다. 내가 읽고 고치는 것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 남아 있었다.
홈페이지를 세 번 고치면서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다.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아는 것과, 처음 보는 사람이 그것을 알아보게 쓰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회사에 있을 때는 회사 이름과 직함이 먼저 설명해 주었다. 내가 모든 것을 말하지 않아도 상대가 짐작하는 역할이 있었다. 이제는 이름 아래에 적힌 몇 줄로, 어떤 일을 하는지부터 설명해야 했다.
그래서 지금도 고친다.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어떤 문제를 맡을 수 있는지는 조금씩 또렷해졌다.
그런데 일을 맡기려는 사람이 묻게 될 질문 하나는 남아 있었다.
그래서, 얼마입니까.
내가 해 온 일을 적을 때는 길어졌는데, 앞으로 할 일의 값을 적으려니 한 줄도 쓰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