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나는 내 과거를 숨겼다.
이력서에는 나의 병명이 없다.
상담사 소개에도 없다.
사람들은 나를 나이 들어 상담을 공부한 사람, 아이를 키우며 학위를 마친 사람으로 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그 사이에 있던 시간을, 나는 오래 접어두었다.
숨기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경계선 성격장애라는 이름은 아직도 함부로 소비된다.
그 진단을 지나온 사람이 상담사가 되었다고 하면, 사람들은 나를 상담사로 보기 전에 진단명으로 볼 것 같았다.
어렵게 쌓아온 것들이 그 한마디에 무너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두 사람으로 살았다.
상담실 안의 나와, 그 안에 접어둔 나.
앞의 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듣고, 뒤의 나는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었다.
내담자들에게 나는 늘 말했다.
숨긴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해지지 못한 이야기는 어딘가에서 계속 힘을 쓴다고.
드러내야 가벼워진다고.
나는 그 말을 믿었고, 그 말로 사람들을 도왔다.
그러면서 정작 내 이야기는 접어두고 있었다.
어느 날 그 모순이 나를 불편하게 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드러내라고 하면서, 왜 나는 숨기고 있을까.
내 이야기를 숨긴 채로, 나는 정말 정직한 상담사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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