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미용실에 갔다.
오후에 그 사람과 느슨한 약속 같은 게 있었다.
약속이라고 부르기도 뭐 한, 미용실 다녀와서 보자는 정도의 말.
시간을 정한 것도 아니고, 어디서 만나자고 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지나가듯 오간 말이었다.
머리를 하고 나오니 저녁이 가까웠다.
거울 속의 머리는 마음에 들었다.
미용실 특유의 냄새가 아직 옷에 배어 있었고, 몸은 나른했다.
버스 정류장에 서서 나는 잠깐 그 사람 생각을 했다.
연락을 해야 하나.
정말 보자고 한 건가.
버스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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