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펀소설1.후광이 사라진 뒤 사랑의 민낯
에피소드 3. 눈을 감으라는데, 자꾸 눈이 떠졌다
1980년대후반 나는 최루탄 냄새를 맡으며 자랐다.
광주 시내에만 나가면 코를 찌르는 매캐한 냄새와 도망치는 언니·오빠들이 눈에 들어왔다.
언젠가 내가 대학생이 되면, 저들처럼 뛰고, 쫓기고, 방패와 최루탄을 마주하게 될 거라고 막연히 믿었다.
집에서는 정반대의 말이 반복됐다.
“너는 대학 가면 공부해서 사람 돼야 한다. 시위한다고 공부 안 하면 안 된다. 슬롯 문제, 정치 문제는 네가 힘을 갖기 전까지는 눈 감고 귀 닫고 있어라.”
엄마와 아버지는 밥상 위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시험 성적표를 펼쳐놓을 때마다 같은 말을 했다.
나는 그 말을 외울 정도로 들으면서도, 창문 밖으로 들려오는 구호 소리와 사이렌을 들을 때마다 자꾸만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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