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과 시작이 공존하는 계절

너를 응원하는 길에, 나는 나를 응원한다.

by아이오타 iota

토요일의 햇살은 묘하게 낮고 부드러웠다.

그 빛 아래 서 있으니, 이유 없이 마음이 투명해졌다.


어떤 시작은 소리 없이 이루어진다. 떠들썩한 선언도 없고, 표지판도 없다. 계절이 바뀌듯, 그저 공기의 결이 달라진다. 코끝에 닿는 냄새가 조금 가벼워지고, 옷깃을 여미는 힘이 느슨해진다. 마음의 시작도 그와 비슷하다. 분명 무언가 달라졌는데, 그것을 정확히 짚어 말하기는 어렵다. 이미 한 발짝 다른 방향으로 기울어 있으면서도, 여전히 어제의 자리에 서 있는 기분.


이른 봄에 다가가고 있다. 누군가는 졸업을 했고, 누군가는 입학을 한다. 끝과 시작이 같은 공간에 놓여 있는 계절. 토요일 정류장의 햇살은 그 모든 것들을 감싸듯 포근하다. 건물에 부서지고 나무를 스쳐가는 햇살이, 토요일의 모두를 응원하는 것처럼 공중에 부유한다. 그 빛은 가만히 있는 사람들의 옷자락을 스치고, 가방 위에 내려앉고, 얼굴을 비추었다. 누구를 향한 것도 아닌 채로, 그저 머물러 있었다.

나는 누구를 응원하러 나왔을까.

오랜 학업을 마치고 이제는 새내기를 응원하는 길이다. 그 문장만으로도 충분했는데, 걷는 동안 다른 생각이 천천히 따라왔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걸으면서도, 나는 어딘가 혼자였다. 분주한 발걸음들 사이에서 내 발걸음만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다. 그 소리는 낯설지 않았다. 익숙하면서도 설레는 리듬.


나는, 오래 한 자리에 오래 머무는 것을 경계한다. 결심이라기보다는, 아마 그렇게 살아온 시간에 대한 약속에 가깝다. 나는 늘 어딘가를 통과해 왔다. 장소를 옮기고, 관계를 건너고, 생각을 고쳐 썼다. 익숙해질 즈음이면, 마음 한쪽이 먼저 움직였다. 안온함 속에서 아주 미세한 답답함이 자라나는 순간이 있다. 고이면 썩어버리는 생각. 정지해 있다는 감각. 그것이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최선을 다했기에 미련이 없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 문장은 조용하지만 힘이 세다. 뚜렷한 자부심도, 과장된 후회도 없이 그저 담담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시간을 건넜다. 서툰 선택도 있었고, 주저하는 순간도 있었다. 다만, 외면하지 않았다. 그 기억들이 몸 안에 잔잔하게 남아 있다. 파도가 지나간 자리처럼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흔적. 디딤이 되는 흔적.


그래서 나는 지금 약간의 기대감이 든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그리고 잘 되고 싶은. 기대라고 하기에는 차분하고, 불안이라고 하기에는 무게가 가볍다. 아직 이름 붙지 않은 상태. 아직 도착하지 않은 시간. 그것이 막연하게 느껴지면서도 낯설지 않았다. 어쩌면 늘 그런 상태로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확정되지 않은 채로, 조금씩 수정되는 상태.


정류장에는 웃음소리와 통화 소리와 발소리가 섞여 있었다. 누군가는 꽃다발을 들고 있었고, 누군가는 빈손이다. 그 사이를 무뚝뚝한 내 걸음이 낙인을 찍듯 지나고 있었다. 나는 스스로를 바라본다. 타인을 향한 응원 속에 묻어 있던 내 마음이 조금씩 드러났다. 누군가의 시작을 바라보는 일은, 묘하게 나를 돌아보게 한다. 지금의 나는 어디쯤 서 있는지, 무엇을 통과해 왔는지, 무엇을 아직 붙들고 있는지. 질문은 또 다른 질문을 낳았지만, 답을 재촉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런 생각들이, 아직은 찬바람을 따라 나란히 걷고 있을 뿐이다.


토요일의 햇살은 소리 없이 분주하다. 그 아래 서서, 새로움에 찬 기대를 맞이하고 부푼 발걸음들을 안내했다. 그 발걸음 속으로 나는, 나도 응원했다.

아직은 시작이 모호한 나. 구체적인 계획보다, 막연한 감각이 떠 있는 상태. 어디로 가야 한다는 명확한 문장은 없다. 다만 멈추어 있지 않겠다는 다짐이 남는다.

나의 시작은 조용히 이루어진다.

그 조용함은 크지 않지만 오래 남는다.

토요일의 햇살 아래 서 있던 나는,

누군가를 응원하러 길을 걷는다.

그 길 위에서 나는 나를 본다.

.

.

.

나는 다시 나를 응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