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박한 기술사전 (17)
친구들과 VR(가상현실) 카페에 가거나, 집에서 커다란 눈 가림 안경처럼 생긴 장치를 쓰고 게임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안경을 쓰기 전까지만 해도 분명 내 방 침대 위였는데, 장치를 켜는 순간 사방이 끝이 안 보이는 우주 한복판으로 변하거나 아찔한 롤러코스터 레일 위로 바뀐다. 너무 진짜 같아서 나도 모르게 발을 헛디디거나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단지 눈앞에 모니터 화면을 바짝 붙여놓았을 뿐인데, 왜 우리 뇌는 그 가짜 세상을 완벽한 '진짜 현실'로 착각하는 걸까? 내 눈동자와 머리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속이는 가상현실 장치 속 기술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스마트폰이나 TV 화면을 볼 때는 아무리 멋진 풍경이 나와도 그것이 '평평한 가짜'라는 것을 단번에 안다. 하지만 VR 안경은 내 눈을 완벽하게 속여 평평한 화면을 3D 입체 공간으로 둔갑시킨다. 비밀은 바로 우리의 '두 눈 사이의 거리'에 있다.
사람의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은 약 6~7cm 정도 떨어져 있다. 이 미세한 거리 차이 때문에 두 눈이 바라보는 세상의 각도는 아주 살짝 다르다. 오른쪽 눈이 보는 모습과 왼쪽 눈이 보는 모습을 뇌가 하나로 합치면서 "아, 저 물체는 나보다 이만큼 앞에 있구나" 하는 '깊이감(입체감)'을 느끼게 된다.
VR 안경 안을 들여다보면 화면이 커다란 하나가 아니라, 가운데가 턱 막힌 채 오른쪽과 왼쪽 두 개로 쪼개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인공지능 컴퓨터가 오른쪽 화면에는 오른쪽 눈 각도의 그림을, 왼쪽 화면에는 왼쪽 눈 각도의 그림을 동시에 다르게 띄워주는 것이다. 안경 속에 숨겨진 돋보기 모양의 특수 렌즈가 이 두 화면을 내 눈에 딱 맞게 확대해 전달하면, 내 뇌는 사방이 꽉 찬 완벽한 입체 공간에 와 있다고 착각을 일으키게 된다. 눈동자의 거리 차이를 역으로 이용한 영리한 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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