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IT 플랫폼 회사에 이직했다.
기술 발달의 최전방에 있는 만큼 AI로 많은 것들을 대체할 수 있고
그러기에 비대면으로 일하는 날이 더 많다.
서로 마주 보며 의견을 나누고 관계를 맺어가며 업무를 진행하던
이전 회사와는 너무 달라 낯설게 느껴졌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이제 더 이상 서로 만나지 않아도 많은 일을 빠르고 편리하게 진행할 수 있지만
그게 정말 우리 삶의 전부인가 하는 생각 말이다.
"식사하셨어요?", "내일 뵐게요.", "먼저 가겠습니다" 같은
마주치면 따뜻한 말 한마디, 가벼운 미소 짓기도 이제 어려운 일이 되었다.
온라인에서는 그것이 가식이건, 진심이건 '좋아요' 버튼을 아낌없이 누르고,
'고맙다', '최고다.' 등 따뜻하고 정겨운 이모지를 건네는 사람들이 말이다.
작년에 고용 센터에 볼 일이 있어 간 적이 있다.
다 같이 모여서 교육을 들어야 했는데 옆좌석 사람이 서류를 받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다.
그사이 다른 사람이 와서 앉길래 "여기 사람이 있어요, 잠깐 서류 받으러 나가셨어요."라고 알려주었다.
그러자 대뜸 나에게 서로 아는 사람이냐고 물어봤다.
당연히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더니 "오지랖도 넓으시네!"라며 비아냥거렸다.
순간 너무 당황해서 오지랖이 넓어서 죄송하다며 불쾌함이 섞인 사과로 끝내긴 했지만
교육이 끝날 때까지 그녀와 불편한 동행을 해야 했다.
물론 돌아온 원래의 옆 좌석 사람은 두리번거리다 결국 다른 자리를 찾아가야 했다.
누군가에게는 오지랖일 수도 있겠지만
남을 도우려는 선의는 모르는 사람에게는 전해선 안되는 것일까.
짧다면 짧지만 사십여 해를 살아오면서 그래도 하나 깨달은 게 있다면
인간은 서로 돕고 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남을 도울 줄 모르는 사람은 남에게 도움도 받을 수 없을 터이다.
나에게 오지랖이 넓다던 그녀도
아마 인스타그램에서, 틱톡에서 수많은 낯선 이들의 콘텐츠에 '좋아요'를 누르고,
감사의 이모지를 누르는 따뜻한 사람일 것이다.
그렇지만 정작 마주하는 사람에게 따뜻한 마음 하나 전할 수 없다면
사소한 호의조차 전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인간답게 살고 싶은 걸까? 그저 기계처럼 살고 싶은 걸까??
기술은 무엇을 위해 이토록 치열하게 발전되고 있는 것일까?
편리함을 위해 그토록 치열하게 발전시켜 왔던 온라인 세계에 자신을 가두고
정작 살아가야 하는 오프라인에서는 무표정과 냉소의 껍데기만 존재하는 세상
어느 시대보다 편리한 삶을 살고 있지만
그 편리함에 인간다움의 가치가 맞바꾸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간과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만큼
우리 모두가
더 따뜻하고 여유로운 사람으로 존재하길 바라본다.
당신은 오프라인에서도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사람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