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나는 어제의 일을 통해 자신의 세상에도 다른 어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해나와 별이를 바라보는 주변 어른들의 시선은 늘 부담스러웠다.
사람들은 아이들을 마주칠 때마다 엄마 없이 자라는 것이 가엾다거나 불쌍해서 어쩌느냐는 말들은 많이 들어야만 했다. 때론 입 밖으로 말하지 않는 사람들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같은 말을 대신했다.
해나는 그런 시선이 싫었다. 그래서 누구의 도움도 필요하지 않다는 듯 더 씩씩하고 당당하게 행동하고 싶었다. 그러나 가끔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이 밀려오면 아무도 없는 곳으로 숨어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다. 큰어머니가 집으로 오라고 부를 때면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가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큰집에 가야 하는 날이면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날에는 그나마 안심이 됐다. 사람들이 많을 때는 사촌 오빠가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해나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혼자 마음속에서 싸우는 날이 많았다.
그러던 해나 앞에 은정이 나타났다.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다가와 해나 대신 잘못된 일이라고 말해주었다. 2층 아주머니의 눈치를 보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는 해나의 손을 잡고 안전하게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어린 해나에게 은정은 영웅처럼 느껴졌다. 해나는 은정의 손에서 느꼈던 따뜻함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이름 말고는 아는 것이 없었다. 어디에 사는지, 어떻게 연락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연락처라도 물어볼 걸’ 하는 아쉬움만 마음속에 남았다.
다음 날 한길은 출근하기 전에 2층 집을 찾아갔다.
한길은 화가 났지만 처음부터 목소리를 높이지는 않았다. 자신의 아이들은 아직 어리고, 아빠가 없는 동안 다른 집 아기를 돌볼 수 있는 나이가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다. 앞으로는 해나와 별이에게 아기를 맡기거나 심부름을 시키지 말아 달라고 단호하게 요구했다.
2층 젊은 새댁은 잠깐 부탁했을 뿐이라고 변명했다. 그러나 한길은 아이가 거절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런 부탁을 해도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한길이 자신의 편에 서서 말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해나는 그제야 2층 아주머니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
그동안 자신이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기가 울었을 때 제대로 달래지 못한 것도 자신의 잘못인 줄 알았다. 그러나 아빠와 은정은 똑같이 해나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 사실만으로도 마음을 짓누르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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