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떠나지 못했다.

by글라라



미영의 혼은 아직 떠날 준비를 하지 못한 채 딸들의 곁에 머물고 있었다.

죽은 사람이 산 사람 곁에 오래 머무는 것은 좋지 않다고 했다. 그 말이 사실인지 미영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자신이 가까이 머무는 밤이면 아이들이 자주 악몽을 꾸거나 잠결에 뒤척이는 모습을 보았다.

혹시 자신의 슬픔과 미련이 아이들에게 스며드는 것은 아닐까.

미영은 두려웠다. 그래서 아이들을 품에 안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조금 멀찍이 떨어져 지켜보았다. 그러나 가까이 있든 멀리 있든 미영이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십구재라고 했던가.

사십구재가 끝나면 망자는 이승에 대한 미련을 내려놓고 떠나야 한다고 했다. 불교에서는 죽은 뒤 다음 생으로 향하기 전까지 머무는 중음의 시간도 훌쩍 넘겼다.

딸들을 향한 걱정과 미련이 보이지 않는 끈처럼 그녀를 이승에 붙잡아두고 있었다.

아이들이 새로운 집에 자리를 잡는 모습까지만 보고 떠나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아이들이 밥을 잘 챙겨 먹는지만 확인하고 떠나겠다고 마음을 바꾸었다.

다시 한 달이 지났다.

별이가 유치원을 졸업하면, 해나가 새 학교에 적응하면, 한길이 술을 줄이면 떠나겠다고 했다. 떠나야 하는 이유보다 머물러야 하는 이유를 하나씩 더하다 보니 어느새 일 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제는 정말 떠나야 해.’

미영이 마음을 굳게 먹던 날이었다.

어머니를 잃은 아이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주변 어른들의 눈치를 살폈다. 나이에 맞지 않게 의젓한 척했고, 슬픔을 들키면 어른들이 더 힘들어할까 봐 울음도 참았다.

해나와 별이는 서로를 챙기고, 아빠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였나 자신의 마음속에 생긴 어둠을 들키지 않으려고 어른처럼 행동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미영은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자신의 시간이 한스러웠다.

어느 날, 해나는 아빠가 돌아올 때까지 큰집에 가 있으라는 말을 들었다.

큰어머니는 어린 해나를 집에 혼자 두는 것보다 자기 집에 있게 하는 편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큰집에는 고등학생인 사촌 오빠가 있었다. 어릴 때부터 해나와 함께 지낸 아이였기에, 자신의 아들이었기에 동생을 잘 돌볼 거라 생각했다.

“해나야, 혼자 있지 말고 아빠가 오실 때까지 우리 집에 가 있어. 오빠도 집에 있으니까.”

그러고서는 큰어머니는 해나를 집에 데려다 준 뒤 볼일이 있다며 바로 외출을 했다.

어른들은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아들을 믿었던 것일까. 해나도 익숙한 사람과 함께 있으니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익숙하다는 사실과 안전하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었다.

해나는 큰집 방바닥에 앉아 숙제를 하고 있었다. 구구단을 소리 내어 외우며 이제 9단만 외우면 끝이라는 생각에 신이 나 있었다.

‘아빠한테 칭찬받아야지. 구구단 다 외웠다고 해야지.’

해나는 공바카라에 적힌 숫자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구구단을 반복했다.

그때 사촌 오빠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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