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은정이 견뎌온 시간은 일 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은정이 느끼는 시간의 무게는 오십 년을 훌쩍 살아낸 사람의 세월처럼 무거웠다. 가슴을 짓누르는 그 무게 때문에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든 날이 많았다.
누군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던가.
남자는 집 안에 있을 때만 내 남편이고, 밖에 나가면 남의 남자라고.
은정은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고리타분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사랑하고 믿는 사람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말이라고 여겼다.
현수의 마음이 잠깐 흔들렸다고 해도 곧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 믿었다.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라면 언젠가는 멈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수없이 나타났던 신호를 외면한 대가가 이토록 클 줄은 몰랐다.
연애할 때부터 연락되지 않던 밤이 있었다. 결혼한 뒤에는 귀가가 늦어졌고, 외박한 날도 생겼다. 그럴 때마다 현수는 사업이 바쁘다거나 거래처 사람들과 함께 있었다며 모호한 핑계를 댔다.
은정은 그 말을 믿었다.
정확히 말하면 믿고 싶었다. 남편을 의심하며 사는 것보다 바쁘다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 훨씬 쉬웠다.
모든 일이 벌어진 것은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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