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남 역시 짧은 시간 동안 어머니와 두 누이를 차례로 잃었다. 자신의 슬픔을 감당하기도 힘들 텐데, 처남은 술에 빠져 지내는 한길과 어린 조카들을 먼저 살폈다. 한길에게는 친동생처럼 고맙고 미안한 사람이었다.
한길은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처남의 안부를 물으며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이사를 생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혼자 아이들을 돌보면서 일을 다니기 어려워 누나와 형이 사는 동네로 옮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고는 별이가 유치원을 졸업할 때까지만 돌봐줄 수 있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부탁했다. 주말마다 자신이 데리러 오고, 겨울방학이 시작되면 바로 데려가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처남 부부는 망설이지 않고 부탁을 받아들였다.
별이를 돌보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해나와 별이를 모두 떠나보내는 일이 서운하다며 처남의 아내는 눈물을 훔쳤다. 아이들이 이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헤어질 날을 생각하니 세상을 떠난 미영이 떠올랐다.
한길은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
이사 준비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미영의 흔적이 남은 살림을 하나씩 상자에 담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옷장 안에는 미영의 옷이 그대로 걸려 있었고, 부엌에는 미영이 쓰던 앞치마와 낡은 그릇들이 남아 있었다.
물건 하나를 정리할 때마다 미영과 함께 살았던 시간이 따라 나왔다.
한길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가져가야 할지 결정하지 못해 몇 번이나 손을 멈췄다. 결국 미영의 옷과 물건 대부분을 상자에 넣어 새집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지금 당장은 어느 것 하나 버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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