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배가 갑자기 단단하게 조여 오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은정은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배를 문지르며 ‘아가야 아직은 나올 때가 아니야…’ 하는 생각으로 자신의 배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리 사이로 미지근한 것이 흘러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뭐지?’
은정은 급히 가까운 백화점 화장실로 들어갔다. 속옷과 치마가 이슬로 젖어 있었다. 출산이 임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손끝이 떨리기 시작했다. 배를 조이는 진통의 간격이 좁아지기 전에 은정은 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은 계속 이어졌지만 은정의 전화기에는 아무런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다시 걸어도 현수의 전화기에는 아무런 대답이 들리지 않았다. 화장실 밖으로 나온 은정은 자신의 상황을 매장 직원에게 설명을 하고 도움을 청했다. 직원은 당황해하는 은정을 의자에 앉히고 곧바로 119에 신고해 주었다. 은정은 구급차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현수에게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잠시 후 구급대원들이 도착했다. 은정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구급차에 올랐다. 병원으로 향하는 동안 진통의 간격은 점점 짧아졌다. 은정은 한 손으로 배를 감싸고 다른 손으로 휴대전화를 움켜쥐었다. 화면에는 현수에게 건 여러 번의 통화 기록만 남아 있었다.
병원에 도착한 은정은 여덟 시간에 가까운 산통 끝에 여자아이를 낳았다.
간호사가 품에 안겨준 아기는 믿기지 않을 만큼 작고 따뜻했다. 은정은 아이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안도감과 서러움이 뒤섞여 눈물을 흘렸다.
현수는 아이가 태어난 뒤에야 병원에 도착했다. 그는 은정에게 사과하기보다 갓 태어난 딸의 얼굴을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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