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정은 팔다리가 길고 늘씬해 어떤 옷을 입어도 맵시가 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눈에 띄는 외모 덕분에 여러 남자에게 구애를 받았지만, 그중에서도 현수는 유독 끈질기게 은정의 곁을 맴돌았다. 현수는 매일같이 은정을 찾아와 작은 선물을 건네고 사소한 일까지 살뜰히 챙겨주곤 했다. 은정도 그런 현수가 싫지는 않았는지 관심이 없는 척하면서도 가끔 애교 섞인 말을 건넸고, 그럴 때마다 현수는 애가 타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더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남자가 더 많이 사랑해야 부부의 인연이 길다고 했던가, 현수의 긴 구애 끝에 은정은 그 사랑의 보답이라도 한 듯 그들은 부부가 되었다. 은정은 그 결혼이 불행의 시작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체 하루하루를 설레는 시간으로 채워나가고 있었다.
연애할 때부터 현수와 연락이 닿지 않는 날이 가끔 있었다. 그럴 때마다 현수는 사업 때문에 바빠 전화를 받지 못했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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