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먹었다면 결코 알지 못했을, 열무물김치의 맛
식탐이 많고 성미도 급한 내가, 굳이 제 손으로 해 먹고 싶은 음식이 하나 있었다. 열무 물김치다. 정확히는 그것으로 차려 낼 수 있는 여러 가지다. 소면을 말아 물국수를 해 먹고, 건더기가 남으면 양념해 김밥에 넣거나 밥에 슥슥 비벼 먹는다. 그렇게 좋아하면 잘 담근 걸 사 먹으면 그만이련만, 나는 기어이 열무를 직접 길러 담가 보고 싶었다. 좋아하는 음식 하나쯤은 제 손으로 만들 줄 알아야 한다는 오기가 불쑥 일어, 끝내 일을 벌이고 말았다.
첫 시도는 그야말로 기세등등했다. 종묘사에서 핑크색 열무 씨앗을 사다가 3월 초에 뿌렸다. 줄기가 25센티미터쯤 자라면, 잎이 질겨지기 전에 여릴 때 거둘 셈이었다. 그런데 어이없는 데서 걸렸다. 내가 좋아하는 그 연한 잎을, 벌레들도 그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25센티미터에 닿기도 전에 잎은 레이스처럼 갉히고, 나는 뼈대만 앙상한 줄기를 거두는 참사를 맞았다. 첫 번째 열무는 그렇게 벌레들 차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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