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線)이 면(面)이 되는 순간

마이너스의 일상에 플러스의 시선 긋기

by김원진

1930년대 미국, 사업가 헨리 필립스(Henry Phillips)는 공장의 조립 라인마다 나사못 머리가 뭉개지고 드라이버가 미끄러져 작업이 중단되는 고질적인 풍경을 목격했다. 당시 세상의 모든 나사못은 오직 일(1)자 형태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거창한 신소재를 개발하는 대신, 기존의 홈에 수직으로 선 하나를 더 파내어 드라이버가 중심을 단단히 잡도록 만드는 ‘십자 나사못’을 세상에 내놓았다. 삶을 개선하는 창의적인 발견은 이처럼 거창한 연구실이 아니라, '일상의 불편함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줄일 것인가.' 하는 소박한 고민 위에, 선 하나를 더하여 탄생하는 경우가 많다. 예전의 선풍기들이 좌우로만 돌던 한계를 깨고 위아래를 동시에 회전하며 입체적인 바람을 만드는 것도, 한 방향의 밧줄은 추락하는 이를 받치지 못하지만 가로와 세로의 줄이 서로 곁고틀어 면을 형성할 때 비로소 단단한 안전망이 되는 것도 같은 이치다. 하나의 선에 또 다른 선을 교차하는 순간, 도구와 공간은 전혀 다른 차원의 기능과 풍요를 획득한다.


사상의 확장과 학문의 진화 역시 이 교차의 미학을 따른다. 동양 사상의 뿌리이자 우주의 운행을 설명하는 《주역(周易)》은 땅을 상징하는 음(陰)의 이치에 인간의 사고가 갇히는 것을 경계했다. 그 일자의 평평한 사유 위에 하늘을 상징하는 양(陽)의 이치를 더함으로써, 비로소 음양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조화와 반전의 묘미를 일깨웠다. 수학 또한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는 더하기(+)의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빼기(-)의 개념을 상정하며 거대한 난제들이 풀리기 시작했고, 더 나아가 세상에 없는 수인 ‘허수’라는 가상의 축을 대입함으로써 인류는 큰 도약을 이루었다. 오늘날 우리가 공공장소에서 무선 와이파이를 잡고, 아플 때 MRI를 찍으며,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살아가는 일상의 당연한 풍경들은 모두 직선의 세계에 또 다른 축을 교차시킨 대담한 수학적 상상력이 선물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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