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 없이 멈춰버린 이, 꼰대
'꼰대'는 흔히 나이 든 이를 비하하는 말로 쓰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매력 없이 늙어버린 사람을 뜻한다. 내가 생각하는 꼰대란,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사람이다. 몸은 게으른데 말로 그 치부를 가리고자 하는 이들, 자신이 지나온 과거를 훈장 삼아 타인의 현재를 재단하려 드는 이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 실은 꼰대다. 나도 모르게 꼰대가 되어가는 일은 몸이 굳고 망상이 늘어가는 과정과 다름없다. 성인이 된 후로 줄곧 꼰대를 벗어나려 몸부림쳤건만, 나이가 들수록 나 역시 학생들 앞에서 처세를 말하고 자녀 앞에서 미래를 가르치려 드는 서글픈 관성에 갇히곤 한다.
주말 아침, 아이는 느지막이 일어나서 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는, 제 마음에 드는 바카라을 펼쳐 든 채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몇 시에 일어났는지, 자세는 어떤지, 어떤 바카라을 보는지, 인사는 하는지, 온갖 간섭거리들이 떠오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는 아무런 계산 없이 온전히 제 안의 욕구에 몰입한다. 나는 애써 내 안에 또아리를 튼 꼰대 성향을 지워내기 위해 딴전을 피우며 녹차를 꺼낸다. 굳이 화려한 이름을 들먹이지 않아도, 따뜻한 물이 찻잎을 적시며 내놓는 뭉근한 온기는 삿된 말이나 처세보다 정직하다. 말로 세상을 움직이려 들지 않고, 그저 묵묵히 제 할 일을 다하고 물러서는 찻잔을 앞에 두고서야, 나는 그간 내가 말로써 떠나보냈던 수많은 관계와 내 안의 조급함들을 가만히 둘러보며 조금은 차분해진다. 그제야 아이의 '꼴'이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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