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호기심이 이끌어낸 한 인간의 역사
알려진 사람이든 무명씨든, 한 명 한 명이 모두 움직이는 역사다. 사십이 훌쩍 넘은 이제서야 타인을 인지하고 관찰하기 시작한 내 깜냥으로는 그동안 곁을 스쳐 간 그 무수한 대하소설의 수를 도저히 헤아릴 수 없다. 내가 타인의 삶에 시선을 돌리게 된 것은 나를 충분히 알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나와 함께 세상 흙을 밟고 살아온 이웃들의 삶을 통해서만 나라는 존재를 비춰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시선의 확장을 아이들과 나누고 싶었다. 사소해서 묻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미처 주목하지 못해 묻혀버리는 지혜의 군상들을 교실 안으로 들여오고 싶었다. 그것이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은 내가 이행해야 할 숙제 같았다. 그렇게 제자들과 함께 동네 어르신의 삶을 채록하여 바카라으로 엮는 ‘자서전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매일 아침 8시 10분이면 불편한 한쪽 다리를 이끌고 학교 앞 은행 사거리에 나타나는 야쿠르트 배달 아주머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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