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한족열(頭寒足熱)

낡은 상할머니방에서 맞은 신혼 밤 이야기

by김원진

네 채의 가옥을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우뚝 솟아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안동 봉정산의 완만한 능선과 어울려 앉은 고택. 신혼여행의 셋째 날 밤, 우리는 안동에 있는 어느 이름난 고택, 그곳에서도 가장 깊숙한 품인 ‘상할머니방’에 여장을 풀었다. 인생의 가장 눈부신 시작점에 선 새내기 부부가 이 가문에서 가장 오래되고 낡은 노인의 방을 처소로 얻은 것이다.


방 안으로 들어서자, 요즘의 아파트에서는 완전히 잊힌 낯선 공기의 질감이 피부에 와닿았다. 바닥에는 두툼한 목화솜 이불과 그보다 더 두꺼운 요가 깔려 있었고, 장작불로 잔뜩 달구어진 아랫목은 데일 듯 뜨거웠다. 반면 짚과 소금, 황토만으로 반죽해 세운 벽면에서는 늘 서늘한 기운이 소리 없이 흘렀다. 하회마을 뒷산을 걸으며 온몸에 쌓인 노곤함을 안고, 추운 대청을 깨금발로 건너와, 펄펄 끓는 아랫목 속으로 발을 밀어 넣고 누웠을 때의 감각은 지금도 선연하다. 발끝은 뜨겁고 이마로 흐르는 공기는 차가운, 완벽한 두한족열(頭寒足熱)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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