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타인들

가족, 매일 조금씩 헤어지는 중입니다

by김원진

매일 한 이불을 덮고 얼굴을 마주하면서도 가족이 서로의 영혼을 나누는 ‘소울메이트’가 되기란 쉽지 않다. 나와 가장 가까운 존재라는 이유로 오히려 쉽게 통제하려 들고, 때로는 타인보다 더 무례한 언사를 얹기도 한다. 나와 가까운 사람일수록 나와 동일시함으로써 내 뜻대로 움직이려는 통제의 욕구가 강해진다는 심리학의 경고는 차라리 서글픈 사실에 가깝다. 닥친 일에 집중하느라 서로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짓지 못했다기보다, 서로가 불편한 나머지 각자의 일 속으로 비겁하게 숨어들었다는 편이 더 솔직한 고백일 것이다. 이미 일상 속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헤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 제주 여행에서는 부모로서의 발언권과 통제욕을 의도적으로 줄여보기로 했다. 먹고 싶은 것과 가고 싶은 곳을 아이들에게 먼저 묻고 기꺼이 그 뒤를 따라다녔다. 나 혼자 떠나온 여행이 아니었으니까. 하루는 아예 아이들에게 전권을 쥐여주었더니, 막내는 신이 나서 미션 체험장을 고르고 맛집을 검색해 우리를 안내했다. 훗날 막내가 쓴 여행 후기에서 “내가 계획해서 더 좋았고 변수조차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라는 문장을 마주했을 때, 곁을 내어준다는 것의 의미를 새삼 깨달았다.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본 아이들의 일상은 나의 굳어버린 하루에 신선한 자극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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