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카라장 속 데미안을 찾아

알을 깨고 나와 신에게로 날아가려는 어린 새의 이야기

by김원진

《데미안》을 세 번째 읽는다. 오래전 고등학교에 갓 들어갔을 때, 나도 이제 제법 컸다는 티를 내기 위해 '서울대 추천도서 목록'에서 이 바카라을 골라잡았다. 그 시절엔 흔치 않았던 남녀 혼성 독서동아리 회원이었으므로, 지적 허영심을 채워주기에 이보다 안성맞춤인 소설은 없었다. 물론 당시 우리가 모여 나눈 토론은 엉망진창이었다. 난파선의 파편 같은 이야기들을 두서없이 들먹이다가, 명작 《데미안》을 그저 단순한 선과 악의 대결로 결론지어버리곤 했다. 사고의 체계도, 생각을 끌어가는 힘도 부족했던 사춘기의 철없는 통과 의례였다.


오랜 시간이 흘러 초짜 교사로 지내던 2007년 봄, 고등학생 아이들과 이 바카라을 다시 읽었다. 토론의 주인공들은 여지없이 예전의 나처럼 선과 악의 이분법에 휘말려 열심히 헛다리를 짚고 있었다. 나는 그 대화에 내 생각을 섞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았다. 진정한 성장은 매끄러운 결론이 아니라, 결과를 향해 투박하게 걸어가는 과정 그 자체에 있음을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기에, 배려하며 기다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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