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아홉 번째 편지·언니공동체(2021.2.9)
간만에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現 아난다캠퍼스) 카페가 북적입니다. 친구들과 함께 시작한 ‘공간 살림’ 세레모니 덕분입니다. ‘공간 살림’이라고 하니 거창한 것 같지만 놀이의 규칙은 아주 간단합니다. 각자가 머무는 공간에서 하루에 물건 3개씩을 비워내고 ‘기쁨채집장’이라고 불리는 감사일기를 나누는 것이 활동의 전부입니다. 어쩌면 당신은 고작 그런 소소한 활동들을 해서 공간을 살려낼 수 있겠냐고, ‘공간 살림’이라는 네이밍은 좀 심한 오버가 아니냐고 묻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이해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그게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가볍게 시작한 1일 3비움의 파장은 실로 엄청났습니다. 그중에도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아무리 아니라고 우겨 봐도’ 어쩔 수 없이 내 존재의 가능성을 제약하는 유배지처럼 느껴지던 ‘집이라는 공간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 시작했다는 것일 겁니다.
그러니까 1일 3비움은 집이 ‘감옥’이 아니라 ‘길’이 될 수 있음을 몸으로 확인해 가는 여정이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쌓여갈수록 늘 ‘언젠가, 때가 오면’으로 미뤄두고 있던 일들, 예를 들어 집을 통해 세상과 연결을 회복하기 위한 홈 요가 클래스, 홈 스튜디오를 활용한 줌요가 클래스 등을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하나씩 현실화시켜 나가고 있는 저를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깔끔하게 정리되어 가는 집에 대한 가족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은 공간이 살아남으로 제가 살아나는 기쁨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혜택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이 아름다운 기적을 꼭 저와 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동지들과 나누고 싶다는 열망을 품게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동안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스스로 소진되지 않으면서도 타인을 기쁘게 할 자신감을 잃어버렸던 저로서는 선뜻 마음을 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어찌 ‘공간살림’ 뿐일까요? 누구보다 저 자신을 ‘살리기 위해’ 끊임없는 모색을 해오면서도 이를 나누는 일은 늘 주저되는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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