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곰

자신에게 없는 것을 부러워하는 마음은 끝이 없단다.

by꽃님

아주 먼 옛날,

깊은 산속에 몸집이 크고 힘이 센 곰이 살았습니다.

곰은 커다란 바위도 번쩍 들었고, 높은 나무도 단숨에 흔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곰은 자신의 모습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몸이 둔하고 털은 거칠고 우중충할까?’


곰은 날마다 개울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붉고 윤기 나는 털을 가진 여우가 가볍게 숲길을 달려갔습니다. 여우는 좁은 바위틈도 재빨리 빠져나가고, 사냥꾼이 놓은 덫도 영리하게 피해 갔습니다.

곰은 여우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나도 너처럼 날씬하고 영리한 여우가 되고 싶어.”


여우가 윤기 나는 꼬리를 살랑거리며 말했습니다.


“곰은 곰답게 사는 게 좋지. 너에게는 나에게 없는 힘이 있잖아.”


하지만 곰은 여우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날부터 곰은 여우처럼 살려고 애썼습니다. 무거운 몸으로 사뿐사뿐 걸으려다 돌부리에 넘어졌고, 좁은 바위틈을 지나려다 배가 끼고 말았습니다. 여우처럼 작은 들쥐를 잡으려다가 온종일 굶기도 했습니다.


“왜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여우가 될 수 없는 걸까?”


곰은 점점 자신의 큰 발과 두꺼운 털, 무거운 몸이 미워졌습니다.



결국 곰은 산꼭대기에 사는 산신령을 찾아갔습니다.


“산신령님, 저를 여우로 만들어 주세요. 저는 곰으로 사는 것이 싫습니다.”


산신령은 곰을 한참 바라보다가 말했습니다.


“정말 여우가 되고 싶다면 네 소원을 들어주마. 하지만 해가 지기 전까지 네가 여우에게 어울리는 존재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곰은 기뻐하며 산을 내려왔습니다.



그때 숲 속에서 다급한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살려 주세요!”


호랑이가 사냥꾼의 그물에 걸려 있었습니다. 여우는 날카로운 이빨로 그물을 끊으려 했지만, 줄이 너무 굵어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곰아, 네 힘이 필요해!”


여우가 외쳤습니다.


곰은 잠시 망설였습니다.


‘여우가 되려면 여우처럼 행동해야 하는데…….’


하지만 괴로워하는 호랑이를 보자 모른 척할 수 없었습니다. 곰은 커다란 앞발로 그물을 움켜쥐고 온 힘을 다해 잡아당겼습니다.


-우지끈!


굵은 줄이 끊어지고 호랑이가 풀려났습니다.


“고맙다, 곰아. 네 힘이 아니었다면 나는 살아남지 못했을 거야.”


호랑이가 고개를 숙였습니다. 여우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봐, 너는 여우가 아니어도 충분히 훌륭해.”



그 순간 산신령이 구름을 타고 나타났습니다.


“곰아, 이제 너를 여우로 만들어 주겠다.”


그러자 곰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닙니다. 여우의 날렵함은 아름답지만, 제게는 곰만이 가진 힘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더 이상 다른 모습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산신령은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자신에게 없는 것을 부러워하는 마음은 끝이 없단다. 그러나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알고 만족하는 이는 어디서든 행복을 찾을 수 있지.”


그날부터 곰은 자신의 큰 몸과 힘센 앞발을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여우의 지혜가 필요할 때에는 여우에게 도움을 청했고, 여우도 힘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곰을 찾아왔습니다.



숲 속 동물들은 여우처럼 영리하면서도 곰처럼 든든해진 곰을 보고 ‘여우곰’이라고 불렀습니다.


지금도 깊은 산에서 붉은 노을이 곰의 등에 비치면, 동물들은 이렇게 말한다고 합니다.


“저기, 자기 모습을 사랑하게 된 여우곰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