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SHADOW, 그림자

'나를 그리는 52일'

by상상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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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숨기고 싶은 나의 모습은?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을 한 문장으로 먼저 적어보세요. 그렇게 숨기게 된 계기나 이유를 떠오르는 대로 이어 쓰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엔 그 모습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마지막에 적어보세요.





불안한 나를 보여주고 싶지 않다


나는 불안에 떠는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

불안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을 안다. 아무리 단단해 보이는 사람도 흔들리고, 아무리 태연한 사람도 때로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막상 내가 불안에 휩싸인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다.


내게 불안은 단순히 마음이 흔들리는 상태가 아니다. 평소에 유지해 온 이성과 판단력이 무너지고, 애써 감추고 있던 본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에 가깝다. 나는 그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이는 것이 몹시 불편하다. 어쩌면 불안 자체보다 불안해하는 나를 다른 사람이 바라본다는 사실이 더 두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슬롯생활을 하면서 나는 나름의 기준을 세워 왔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상황을 판단하며, 적절한 말과 행동으로 나를 표현하는 것. 적어도 다른 사람 앞에서는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것이 어른스러운 태도라고 생각했고, 슬롯인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모습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불안은 그 기준을 무너뜨린다.


불안이 깊어지면 생각은 복잡해지고 판단은 흐려진다. 평소라면 하지 않을 말을 하거나, 별것 아닌 일에 과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내가 나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는 느낌이 든다. 그 순간의 나는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그래서일까. 불안에 떠는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노출되면 마치 슬롯인이라는 옷을 벗고 원초적인 본능만 남은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애써 다듬어 온 모습 뒤에, 두려움에 휩쓸리는 동물적인 내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들킨 것만 같다.


그리고 나는 그런 나를 혐오한다.


특히 술을 마시면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들다. 제대로 생각하고 판단하기도 어려운 상태에서 쏟아 내는 말에 무슨 진정성이 있다는 것일까. 평소에 감추고 있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것이 정말 솔직함일까.


나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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