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그리는 52일'
지금 나에게 필요한 색은 무엇인가요?
지금 기분과 정반대 되는 색, 혹은 지금 기분과 닮은 색 중 끌리는 쪽을 하나 골라보세요. 그 색을 고른 이유와 그 색이 채워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이어서 적으면 지금 필요한 것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평소에는 무난하고 편안한 것들을 좋아한다.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 굳이 나를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편하다. 어쩌면 그런 선택이 익숙해진 탓인지도 모르겠다.
무엇을 좋아하는지보다 무엇이 무난한지를 먼저 생각하고,
내가 원하는 것보다 주변과 잘 어울리는 쪽을 선택할 때가 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른 색이 필요하다.
빨강과 파랑이 만나 만들어지는 보라색은 묘한 매력이 있다. 뜨거운 열정과 차분한 이성이 한데 섞여 있고,
고귀함과 신비로움이라는 서로 다른 인상을 동시에 품고 있다.
어느 한쪽으로 쉽게 규정할 수 없는 색이다.
어쩌면 나 역시 그런 양면성을 가진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호기심이 생기면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지만, 한편으로는 오랫동안 고민하고 쉽게 나서지 못하기도 한다.
하고 싶은 일에는 끈기 있게 매달리면서도, 정작 나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는 조심스러워진다.
보라색에 끌리는 이유가 이런 나의 모습과 닮아 있기 때문일까.
고대에는 천연 보라색 염료를 얻기 위해 수많은 바다 달팽이가 필요했다고 한다.
그만큼 귀하고 값비싼 색이었다. 이 이야기를 떠올리면 나만의 색을 갖는 일도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 시간 쌓아온 경험과 수많은 선택, 쉽게 드러내지 못했던 마음들이 모여 비로소 한 사람만의 색이 만들어지는 것일 테니까.
나는 그동안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알아가는 데 관심을 두어왔다.
호기심을 따라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기록하고, 그림을 그리며 나만의 방식을 찾아왔다.
그런데 그렇게 나를 알아가는 일과 나를 충분히 인정하는 일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내가 가진 것을 아는 것과 그것을 기꺼이 드러내는 것 사이에는 생각보다 긴 거리가 있다.
그래서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자존감인지도 모르겠다.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보다 지금의 나도 괜찮다는 마음. 다른 사람과 비교해 부족한 점을 찾기보다 내가 가진 고유한 면을 바라보는 마음.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조금 더 당당하게 선택하는 마음 말이다.
보라색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내면의 균형을 상징하는 색이라고 한다. 나에게도 그런 힘이 필요하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고민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조금 더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다. 때로는 서툴고 어색하더라도 나만의 방식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다.
무난한 색 대신 조금 더 선명한 보라색을 고르고 싶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 색이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색.
다른 사람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 고민하기보다 내가 바라볼 때 기분이 좋아지는 색.
나를 감추기 위한 색이 아니라 나를 표현하기 위한 색이다.
물론 색 하나를 바꾼다고 마음까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어떤 색을 선택하는지, 그 색에 어떤 마음을 담고 싶은지 생각해 보는 일은 지금의 나를 이해하는 작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보라색이 내 자존감을 대신 키워줄 수는 없겠지만, 내가 나를 조금 더 아끼고 인정하는 계기가 되어주면 좋겠다. 다른 사람에게 특별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 내 안의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도록.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또 하나의 기준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조금 더 믿어보려는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그 마음을 보라색에 담아본다.
이제는 나에게 잘 어울리는 색을 찾는 것만큼,
내가 좋아하는 색을 당당하게 선택하는 일도 해보고 싶다.
여러분은 어떤 색이 필요한지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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