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시소 이스트
서툰 오늘조차 아름다운 풍경이 되는 곳
지나간 오늘 하루가 아쉬워 지우고 다시 쓰고 싶었던 날들이 있지 않나요?
우리는 종종 그 되돌릴 수 없는 순간을 고치려 애쓰느라 정작 눈앞의 소중한 것들을 놓치기도 합니다. 삶은 한 번 붓끝을 대면 멈출 수 없이 스며드는 먹의 번짐을 닮아서, 때로는 나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니까요.
전시 <오늘의 정원〉은 무심코 지나쳐왔던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다시 한번 찬찬히 바라보게 합니다. 건물 틈새에 핀 작은 잎사귀를 발견하는 기쁨부터, 때로는 길을 잃은 듯 막막했던 순간의 기억까지. 묵묵히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시원하게 탁 트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그 길의 끝에서 비로소 나만의 아름다운 정원을 마주하게 됩니다.
무수한 선택과 예상치 못한 뜻밖의 순간들. 어쩌면 그 모든 흔적이 겹겹이 쌓인 모습이야말로 가장 나다운 모양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오늘을 고치려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당신이 지나온 수많은 오늘이 차곡차곡 모여, 세상에 하나뿐인 아름다운 정원을 완성해 가고 있으니까요.
이기훈(B.1980)은 현대 슬롯의 단면을 신화적 상상력으로 재해석하며 자신만의 독보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그의 작업은 유년 시절의 강렬한 기억에서 출발한다. 거대한 시멘트 공장이 내뿜는 회색 연기와 국립공원의 압도적인 녹음이 공존하던 충청북도 단양의 풍경은 그에게 연민과 경외가 뒤섞인 '양가적 시선'을 심어주었다.
그의 독창적인 작업은 한국을 넘어 세계 무대가 먼저 반응했다. 유럽과 미국 등 예술의 본고장에서 개최한 수차례의 개인전은 그의 작업이 국경을 넘어 인류 공통의 근원적인 정서를 관통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이러한 독창성에 매료된 글로벌 컬렉터들의 깊은 지지와 두터운 팬덤은 작가 이기훈의 이름을 세계 미술 시장에 더욱 선명하게 각인시키고 있다.
작가는 오일 파스텔을 활용해 면과 선을 촘촘히 쌓아 올리며 화면의 디테일을 집요하게 완성해 나간다. 손끝의 압력과 온기로 빚어낸 밀도 높은 질감은 디지털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진짜'의 가치를 증명한다.
세계인들이 깊게 공감하며, 전 세계 컬렉터들이 소장하고 싶어 하는 그의 작품들은 세대를 넘나들며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무너진 세계를 그리지만, 작가가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곳은 파멸이 아닌 생존의 숭고함이다. 동물 가면을 쓴 아이들이 위태로운 풍경 속에서 생명을 보존하고 서로를 지켜내는 모습은 작가가 일생을 바쳐 응시해 온 '아름답고도 기이한 세계'를 생생하게 비추고 있다. 오늘도 그는 캔버스라는 거대한 페이지 위에, 무너진 세계 속에서도 끝내 사라지지 않는 생명의 온기와 내일의 가능성을 묵묵히 새겨 넣고 있다.
이기훈: 내일의 낙원
인류의 가장 오래된 기록을 들여다보면, 대홍수 이야기는 어느 한 문명의 전설이 아닌 전 세계 수많은 문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경이로운 신화입니다. 멸망과 탄생, 상실과 보존이 교차하는 이 거대한 자연의 흐름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인류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져왔습니다.
오늘 우리는 그 오래된 기록의 한 페이지, 이기훈 작가의 세계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갑니다. <내일의 낙원〉은 모든 것이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우리가 무심코 잊고 지냈던 생명과 자연의 숭고함, 그 잊힌 가치들을 다시금 발견해 가는 웅장한 회화적 서사입니다.
수면이 차오르고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디스토피아의 풍경. 그 정적 속에서도 동물 가면을 쓴 아이들은 묵묵히 제 몫의 삶을 살아냅니다.
낯설고 위태로운 풍경 속에서 서로를 밧줄로 잇고, 작은 불꽃을 들어 올리며 생명의 불씨를 이어가는 그들의 모습은, 우리 마음속에 잠들어 있던 묵직한 경외감을 일깨워줍니다.
작가가 펼쳐 놓은 장면들을 따라 마주한 세계의 틈새에서 새어 나오는 경이로운 빛을 마주해 보시길 바랍니다.
이기훈 공식 웹사이트
작가 소개 인터뷰
https://www.youtube.com/watch?v=Qm0kXc8Kbfc
이것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수없이 반복되어 온 인류의 기록이다.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제각기 동물 가면을 쓴 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땅 위에서 그들은 무엇을 그토록 소중히 갈무리하고 있었던 것일까. 가면 뒤에 숨어 제 몫의 일을 수행하던 아이들의 뒷모습은 우리 일상의 곁 어디에나 있던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가면놀이 No. 20, 2023, 벽지에 수채, 오일파스텔, 163 × 97cm
가면놀이 No. 25, 2023, 벽지에 수채, 오일파스를, 163x97cm
가면놀이 No. 23, 2023, 벽지에 수채, 오일파스텔, 163 x 97cm
가면놀이 No. 19, 2023, 벽지에 수채, 오일파스텔, 163 ×97cm
가면놀이 No.22, 2023, 백지에 수제, 오일파스텔, 163 x 97cm
가면놀이 No. 18, 2023, 벽지에 수채, 오일파스텔, 163x97cm
버려진 벽지 위에 쌓아 올린 세계
이기훈 작가의 초기 회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울퉁불퉁한 표면이다.
당시 환경 문제에 깊은 관심을 두었던 작가는 일반적인 캔버스 대신 재활용한 폐벽지를 작업의 바탕으로 사용했다. 수채와 먹으로 배경을 만들고, 그 위에 오일스틱과 오일 파스텔을 여러 차례 덧입혀 화면을 완성했다. 폐벽지의 불규칙한 결 위로 서로 다른 재료가 겹치고 스며들며, 작품에 독특한 깊이와 생생한 질감을 더한다.
버려진 벽지는 작가의 손을 거쳐 새로운 생명을 지닌 채 다시 태어났다
익숙한 건물들 사이로 자욱한 연기가 피어올랐고, 거리에는 이미 낮은 수심의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변화는 가장 일상적인 풍경 사이로, 소리 없이 밀려들었다.
장면 속 아이들은 이미 동물의 가면을 쓴 채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어떤 아이는 우산을 챙겼고, 어떤 아이들은 바카라가방을 메고 있었다. 물살이 조금씩 거세지는 곳에서는 서로의 손을 맞잡거나 작은 튜브에 몸을 의지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서로 보폭을 맞추고 온기를 나누며, 묵묵히 어딘가를 향해 걷고 있었다.
가면 너머의 표정은 끝내 알 수 없었다. 그저 아이들의 움직임만이, 오래도록 눈에 남았다.
가면놀이 No.7, 2023, 벅지에 수채, 오일파스텔, 163 x 97cm
가면놀이 No.13, 2023, 벽지에 수채, 오일파스텔, 163 ×97cm
가면놀이 No. 14, 2023, 벽지에 수채, 오일파스텔, 163 × 97cm
가면놀이 No.11, 2023, 벽지에 수채, 오일파스텔, 163 × 97cm
가면놀이 No.16, 2023, 벽지에 수채, 오일파스텔, 163 × 97cm
가면놀이 No. 52 (미니), 2026, 캔버스에 아크릴, 오일파스텔, 42 x 29.7cm
가면놀이 No. 61 (미니), 2026, 캔버스에 아크릴, 오일파스텔, 42x 29.7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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