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선글라스, 2026, 캔버스에 유채, 92 ×73cm
스페인의 대표적인 현대 구상화가 자비 솔라(Xevi Solar·57)의 한국 첫 개인전이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10월 17일까지). 인간 내면의 심리를 포착한 대표작과 신작 80여 점을 선보인다. 작가 이름 Xevi(Xavier의 애칭)란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어로, 이 지역의 독자적 언어와 문화 정체성을 상징한다. 스페인어 표기인 Javi(Javier)로 쓰기도 하며 스페인어로 읽으면 ‘하비(하비에르)’에 가깝게 들린다.
One Year Scenes in Time
〈어느 한 해>는 스페인 화가 자비 솔라(Xevi Sola)가 그려낸 인물과 풍경의 시간들을 사계의 흐름 속에서 펼쳐 보이는 전시이다. 한 사람이 통과하는 일 년의 시간을 따라, 전시는 기묘한 아름다움과 고요한 장면들, 친밀한 타인들, 그리고 완벽하지 않은 날들을 차례로 마주하게 한다. 한 사람의 얼굴과 그를 둘러싼 풍경은 계절처럼 다가왔다가 조용히 지나가며, 서로 다른 감정과 기억의 층위를 만들어 낸다. 완벽하지 않은 날들이 모여 하나의 해를 이루듯, 관람객은 이 전시 안에서 저마다의 '어느 한 해'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한 해를 기억하게 되는가.
솔라의 회화는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는 전통적인 구상의 규칙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변주하며, 외형의 정확한 재현보다 '세계를 대하는 태도'에서 오는 매력을 화폭에 담아 왔다. 캔버스에 남긴 첫 흔적을 의심하지 않기 위해 빠른 속도로 작업하며, 인물과 풍경의 본질을 단숨에 붙드는 그의 장면들은 하나의 계절처럼 다가왔다가 조용히 사라지며 우리 안에 오래 머무는 감각을 남긴다. 이번 전시는 그렇게 붙잡힌 얼굴과 풍경을 사계의 흐름 속에 펼쳐 놓는다. 한여름의 빛 아래 선 한 사람을 따라, 우리는 자비 솔라가 그려낸 한 해의 시간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자비 솔라(Xevi Sola, b. 1969)는 스페인 산타 콜로마 데 파르네르스에서 태어나 현재 지로나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화가다. 인물과 풍경을 통해 우리가 타인을 바라보고 기억하는 방식, 그리고 한 사람의 내면을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는지를 질문해 왔다. 미묘한 제스처와 표정에 예민한 그의 회화는 외형의 정확한 재현보다 대상이 지닌 분위기와 본질을 포착하는 데 관심을 둔다.
앨리스 닐, 루시안 프로이트, 알렉스 카츠로 이어지는 구상 회화의 계보 위에서, 그는 닮음 너머에 존재하는 미묘하고 포착하기 어려운 감각을 그려내고자 한다.
그는 패션 화보와 영화, 사진처럼 일상에서 스쳐 지나갈 법한 이미지에서 출발하지만, 그것을 단순히 재현하지 않는다. 여러 장면을 결합하고 자신만의 감각으로 걸러내며, 자신의 기억과 감정, 실수와 성취 그리고 꿈까지 함께 담아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구축한다.
그의 화면에는 과장된 서사 대신 작은 디테일과 절제된 정서가 머문다. 색채는 그를 사로잡은 명화의 기억과 개인적 상상에서 길어 올린 독자적인 팔레트 위에서 자유롭게 흐른다. 인물들은 끝내 말하지 않는다. 그 침묵 속에서 모든 시선과 몸짓, 그리고 붓질은 저마다의 의미를 품고, 이야기는 관람자의 기억과 상상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그는 현재 유럽과 미주를 오가며 바르셀로나, 파리, 뉴욕, 마이애미, 리우데자네이루 등 세계 여러 도시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첫눈에 한 사람의 본질을 얼마나 알아챌 수 있을까. 자비 솔라의 인물들은 익숙한 듯 어딘가 미세하게 어긋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작가는 외형의 정확한 재현이 아니라 '세계를 대하는 태도'를 그려내며, 빠르고 직관적인 붓질로 인물의 본질을 포착한다. 첫 번째 섹션에는 솔라의 가장 응축된 시선이 머문 작품들이 모여 있다. 강렬한 색채와 흔들림 없는 응시 사이에서, 우리는 익숙한 얼굴 너머에서 미묘한 불협화를 마주한다. 그것은 솔라가 기묘한 아름다움"이라 부를 만한 순간이다.
안드레아, 2024, 캔버스에 아크릴릭, 73 ×60cm
라몬, 2025, 캔버스에 유채, 73 ×60cm
스윙, 2025, 캔버스에 유채, 116 ×89cm
화면에서는 느끼기 힘든 오리지널의 질감이 현장에서는 그림을 더 생동감 있게 합니다.
슥슥 그림 스타일이 아날로그만의 매력이 아주 매력적입니다.
초록빛 풀밭, 2026, 캔버스에 유채, 130 ×162cm
물놀이, 2026, 캔버스에 아크릴릭, 116x89cm
마이 라이프, 2025, 캔버스에 유채, 116 ×89cm
표정은 무언가를 말하려다 멈춘 듯하다. 이 작은 방에는 한 사람씩 화면을 차지한 얼굴들이 모여 있다. 누군가는 커피잔 앞에 앉아 있고, 누군가는 어디론가 향하는 길목에 서 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듯하다. 그러나 솔라는 그들의 사연을 설명하지 않는다.
시선은 우리를 향하지만 끝내 닿지 않고, 입술은 열리지 않은 채 머문다. 말하지 않는 얼굴 앞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된다. 저 사람은 지금 무엇을 보고 있을까. 무엇을 기억하고 있을까. 어쩌면 그 대답 없는 침묵 속에서, 우리는 가장 오래 머물게 된다
기다림, 2025, 캔버스에 유채, 92 ×7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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