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이 진짜 명작일까, 단지 오래됐을 뿐 아닐까

반전의 시대 - 우리가 모르던 세상의 진짜 얼굴

by왜사는가

세상을 움직이는 불편한 진실들〈053〉


'고전'이라는 개념은 문학과 예술에서 가장 신성한 지위를 부여받는다. 셰익스피어,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단테, 그리고 동양의 고전들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다고 여겨진다. 학교에서는 고전을 읽어야 '교양 있는 인간'이 될 수 있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이들이 정말 가장 훌륭한 작품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단지 오래되었고 권력 있는 기관이 추천했기 때문일까? 고전의 형성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면, 우리가 얼마나 큰 환상 속에 살고 있었는지 깨닫게 된다. '고전'은 역사가 낀 콧물이며, 시간이 검증한 것이 아니라 시간이 망각하게 한 것들의 역사다.


고전화 과정과 문화 권력의 의도적 개입


고전이 되기 위한 조건 중 첫 번째는 시간이다. 충분히 오래된 작품만이 고전이 될 기회를 갖는다. 하지만 시간만으로는 부족하다. 고전화 과정에는 권력 있는 제도가 의도적으로 개입한다. 대학의 문학과 교과과정에 포함되어야 하고, 출판사의 반복적 출판을 통해 접근성이 높아져야 하며, 유명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아야 비로소 고전 지위를 획득한다. 셰익스피어의 극작이 영어권에서 고전이 된 것은 그의 천재성도 있지만, 영국의 문화 제국주의와 대영제국의 문화 확산 전략의 결과이기도 하다. 영국이 세계를 지배하던 19세기, 식민지 교육 과정에 영국 고전을 강제했다. 영어가 세계 언어가 되면서 셰익스피어도 자동으로 '세계 문학'의 거장이 되었다. 이는 문화 권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만약 독일이 대영제국보다 강했다면, 괴테와 쉴러가 세계 고전의 중심이 되었을 것이다. 프랑스가 여전히 강대국이기 때문에 프랑스 문학이 국제적 지위를 유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전의 형성은 순수한 미학적 선택이 아니라 정치적·경제적 선택이다.


고전의 시대성과 '보편성'의 환상


고전이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다는 주장은 근본적으로 오류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는 고대 그리스의 특정 시대, 귀족 계층의 가치관을 반영한다. 이 작품은 전쟁에서의 명예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고전 그리스의 전사 문화를 그린다. 단테의 신곡은 중세 유럽의 기독교 세계관이 짙게 녹아 있으며, 교회의 권력 구조와 신학적 위계를 정당화한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는 19세기 러시아 귀족 슬롯의 세계를 그린 것이며, 여성의 역할은 철저히 가부장적 틀 속에서만 묘사된다. 이들이 오래되면서 시대 특수성은 잊히고, 마치 시대를 초월한 '인간의 본질'을 다룬 작품으로 해석되기 시작한다. 이는 후대의 독자들이 자신의 시대적 관심에 맞게 과거 작품을 재해석하기 때문이다. 19세기에 읽은 햄릿은 20세기에 읽은 햄릿과 완전히 다른 작품이다. 19세기 독자들은 햄릿에서 낭만주의적 청년의 고뇌를 발견했고, 20세기 독자들은 심리학적 분석을 시도했다. 현대 페미니스트 비평가들은 햄릿에서 여성 혐오를 발견하지만, 과거 몇 백 년 동안은 아무도 이를 문제로 삼지 않았다. 고전의 '보편성'은 환상이며, 각 시대는 자신의 필요에 맞게 고전을 재해석한다. 이는 고전이 우리의 영원한 스승이 아니라, 우리가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는 대상임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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