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편지

by필우

중환자실에는 시간이 더디 흘렀다. 밤이라고 생각되는 시각에 잠을 청했다. 자고 일어났는데 새벽 1시 또는 2시였다. 나는 절망감을 느꼈다. 머릿속에서 생각의 끈을 하나 끄집어내어 이어가려고 안간힘을 써 보았다. 꿈인지, 생각의 흐름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때쯤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교대인사 하는 소리가 나를 깨웠다.


내가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면회시간이다. 병원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기는 직계가족 한 사람만 들어올 수 있는데, 10분간 환자를 볼 수 있다. 아내와 딸이 번갈아가며 나를 보러 왔다. 중환자실 첫날은 누가 들어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날은 아내가 들어왔다. 좀 어떠냐며 상태를 묻고는 딸이 편지를 전해주라고 했다며 침대 난간에 걸쳐 둔 바구니에 넣었다. 바로 읽지 말고 나중에 읽으라는 말도 덧붙였다. 나는 전날 면회 온 딸을 떠올렸다.


글썽이는 눈망울로 딸은 말했다. 아빠 먹는 거는 앞으로 자기가 챙기겠다, 벌써 유튜브에서 저염식으로 먹을 수 있는 요리를 찾아보고 있다,며 빨리 나아서 집으로 가자고 했다. 일요일 집 청소도 자기가 하겠다고 자신했다. 간경화 환자에게 중요한 식이요법을 딸이 바카라임지고 해 주겠다고 하니 고마웠다.




아내가 중환자실을 나가고 한참 시간이 흐른 뒤 편지를 펼쳤다. 얼마나 또 아빠를 울리려고 편지까지 썼나, 하는 마음에 읽기 전부터 눈이 촉촉해졌다.


편지는 두 장으로 구성되었다. 제일 먼저 롯데자이언츠가 5연승 한 날짜와 스코어가 기록되어 있었다. 다음은 내가 병원신세를 지는 바람에 빠지게 된 소설수업에 관한 내용이었다. 마지막으로 퇴원하게 되면 나에게 스마트워치를 사주자고 아내와 의논한 이야기였다. 또 다른 페이지에는 소설 수업을 자세히 풀어놓았다.


습기 차려던 나의 눈망울이 맑아졌다. 중환자실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미소 비슷한 걸 지어보게 되었다.

목요일 연재
이전 01화생일이 제삿날이 될 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