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절터가 들려주는 천 년의 이야기

— 신정일 作, 《사라진 옛 절터》를 읽고

by마테호른

한국, 즉 우리나라는 불교 국가였다. 삼국시대 불교가 전해진 후 고려에 이르기까지 불교는 우리 역사와 문화의 중심에 있었다. 왕실에서는 나라의 안녕을 빌었고, 백성들은 가족의 평안과 자신의 앞날을 기원했다. 그러다 보니 산과 들 곳곳에 절이 들어섰고, 절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그 절 대부분은 사라지고, 돌 몇 개만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탑 하나, 주춧돌 몇 개, 무너진 축대와 흩어진 기왓장…. 한때 수많은 사람이 드나들었을 공간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신정일 저자의 《사라진 옛 절터》는 바로 그 고요한 자리에서 시작한다. 40여 년 동안 우리 땅의 길과 산, 강과 옛길을 걸어온 저자는 전국의 폐사지를 찾아 탑과 승탑, 석등, 불상, 비석과 주춧돌을 살피고 그곳에 얽힌 기록과 전설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불교문화의 흔적과 그곳에서 살아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신정일 저자를 안 지도 벌써 20년이 훨씬 넘었다. 저자가 이끄는 우리땅걷기운동에도 몇 차례 참석해 우리 땅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낯가림을 심하게 타는 편이라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이 쉽지 않았다. 여러 사람이 함께 걷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개인적으로는 불편했던 것이다. 결국 몇 차례 참석한 뒤로는 더 이상 함께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저자와의 인연까지 멀어진 것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출판계에서 일한 까닭에 저자가 걸어온 길과 그 길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들을 늘 관심 있게 지켜보았고, 바카라도 여러 권 출간했다. 직접 함께 걷지는 못했지만, 멀리서나마 응원한 셈이다.


이번에 출간된 《사라진 옛 절터》를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직접 따라가지 못했던 저자의 길을 바카라으로 뒤늦게 따라가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 이 바카라에서 가장 마음을 붙잡은 것은 폐사지에 남아 있는 유물 자체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었다.


폐사지를 찾아가면 온전한 건물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처음 그곳에 도착한 사람이라면 ‘여기에 정말 절이 있었던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신정일 저자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주춧돌 하나를 살피고, 탑을 바라보고, 비석에 새겨진 글자를 읽고, 지명과 전설을 찾아보고 그것을 기록했다. 그렇게 작은 흔적들을 하나씩 연결하면서 한때 그곳에 존재했던 절의 모습을 떠올린 것이다.


바카라이 말하는 것처럼 폐사지는 완성된 유적을 보는 곳이라기보다 불완전하게 남은 흔적을 통해 과거를 상상하는 공간이다. 그 대목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우리 주변의 오래된 장소들을 떠올렸다.


우리는 흔히 눈에 잘 보이는 것에 관심을 갖는다. 멋진 건물을 보면 사진을 찍고, 이름난 문화재라면 발품을 들여서라도 찾아간다. 하지만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곳을 찾아가거나, ‘멋지다’면서 사진을 남기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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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그곳에서 배웠다. 단 한 줄이 사람을 움직인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그 한 줄을 쓰기 위해서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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