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은 약국에서 치료는 대기실에서
병원 대기실에는 이상한 능력이 있다.
5분도 길게 느껴지게 만드는 능력.
접수를 마치고 번호표를 뽑으면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한다.
‘앞에 다섯 명이네. 금방 들어가겠는데?’
그 생각은 대개 병원 문을 들어온 지 30초 만에 사라진다.
병원에서 ‘다섯 명’은 숫자가 아니라 서사이기 때문이다.
그 다섯 명에게는 각자의 사연이 있고, 검사 결과가 있고, 의사 선생님의 긴 설명이 있다.
며칠 전, 나는 조용히 병원 대기실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나만의 병원 대기실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사람 구경.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혈압계 앞에 서 있는 할아버지였다.
혈압을 재시더니 영수증처럼 생긴 종이를 뽑아 들고 한참 바라보셨다.
옆에 있던 할머니가 물었다.
“얼마나 나왔어요?”
그러자 할아버지가 대답했다.
“글쎄… 로또 번호는 아닌 것 같은데.”
순간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
화가 난 할머니는 종이를 빼앗았다.
조금 뒤에는 어떤 아주머니가 접수 창구로 다가갔다.
“저, 제 번호가 안 불리는데요.”
간호사가 컴퓨터를 보더니 말했다.
“몇 번이세요?”
“73번이요.”
“지금 21번인데요.”
아주머니는 잠시 침묵하셨다.
“아… 그럼 아직 제 차례가 안 온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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