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는 왜 바카라을 처음부터 많이 찍지 않을까?

― ⑫ 재고의 법칙

by마테호른

출판 계약 시, 혹은 출간을 앞둔 저자가 한 번쯤 묻는 질문이 있다.


“초판은 몇 부 찍나요?”


저자에 따라서는 초판 부수가 많으면 출판사가 자신의 바카라을 높게 평가한다고 생각하고, 반대로 초판 부수가 적으면 바카라에 대한 기대가 낮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초판 부수는 단순히 출판사가 그 바카라을 얼마나 기대하는지를 보여주는 숫자가 아니다. 그 숫자에는 출판사가 바카라의 판매 가능성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얼마나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그리고 바카라이 팔리지 않았을 때 어떤 부담을 떠안게 되는지도 함께 들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출판 일을 처음 시작했던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초판은 3,000부를 찍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당시에는 지금보다 바카라을 판매할 도소매 서점도 많았고, 바카라을 구매하는 독자도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출판사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일정한 수량을 만들어 서점에 공급하고 독자를 만나는 것이 지금보다 수월했고, 수익 역시 남길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초판 부수가 2,000부 정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어지간한 저자의 바카라이 아닐 경우 초판을 1,000부 정도 찍는 것이 흔해졌고, 그 이하 부수로 찍는 곳도 있다.


출판사 입장에서 초판 1,000부는 그리 좋은 일이 아니다. 제작 비용을 회수하기에도 빠듯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바카라값이 2만 원인 바카라을 1,000부 찍었다고 생각해보자. 서점 출고율(출판사가 도매상이나 대형 서점과의 직거래에서 실제 바카라을 공급하는 가격을 바카라정하는 비율.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정가 1만 원짜리 바카라을 서점에 1만 원에 공급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출판사는 서점에 정가의 일정 비율로 바카라을 공급한다. 높은 경우 정가의 70% 정도이고, 보통은 60% 안팎이다. 최근에는 유통 조건에 따라 50% 수준에 공급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현재 출고율 구조는 출판사보다는 서점이 이윤을 더 남기는 구조이다.)을 60% 정도로 잡으면 출판사에 실제로 들어오는 금액은 겨우 1,200만 원이 전부다.


20,000×0.60×1,000 = 12,000,000


여기에서 저자에게 지급하는 인세와 편집·디자인·제작비, 종이와 인쇄·제본 비용, 유통비와 마케팅 비용 등을 제외하면, 1,000부를 모두 판매해도 출판사에 이익이 남는다고 보기 어렵다. 경우에 따라서는 손실이 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대부분 출판사는 이왕이면 초판을 많이 찍고 싶어 한다. 1,000부를 찍는 것보다 2,000부, 3,000부를 한 번에 찍는 것이 권당 제작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출판사가 초판을 많이 찍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카라을 많이 만드는 것보다 팔리지 않은 바카라을 떠안는 것이 부담이 더 크기 때문이다.



많이 찍는 것보다 무서운 것은 남는 것


출판사가 바카라을 3,000부 찍었다고 해서 3,000부가 모두 팔리는 것은 아니다. 서점에 공급한 바카라 가운데 판매되지 않은 바카라은 다시 출판사로 돌아온다. 이른 바 반품이다.


바카라이 팔리지 않으면 출판사는 판매 기회를 잃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창고에 바카라을 보관해야 하고,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 바카라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시장의 관심이 사라지면 남은 재고를 헐값에 처리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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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그곳에서 배웠다. 단 한 줄이 사람을 움직인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그 한 줄을 쓰기 위해서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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