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뉴는 하나인데 선택지는 스무 개
몇 년 전부터 카페나 식당에 가면 직원보다 먼저 마주하는 것이 있다.
바로 키오스크다.
예전에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직원이 먼저 웃으며 말했다.
"어서 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 한마디면 주문은 절반쯤 끝난 기분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하는 건 사람이 아니라 커다란 화면이다.
인사도 없고,
설명도 없다.
그저 묵묵히 첫 화면을 띄워 놓은 채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다.
‘자, 이제 알아서 해주세요.’
지금이야 많은 사람이 능숙하게 키오스크를 사용하지만,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수십억 원짜리 프로젝트를 결재하는 장님도,
수십 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친 교장 선생님도,
아이 셋을 키운 베테랑 엄마도,
모두 같은 표정을 지었다.
‘참나, 밥 먹기도 점점 어려운 세상이 되어 가네.’
햄버거 가게에서 있었던 일이다.
내 앞에 할아버지 한 분이 키오스크를 한참 바라보고 계셨다.
할아버지는 화면을 한 번 보고,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
다시 화면을 바라보기를 반복했다.
그러기를
1분.
2분.
3분.
마침내 할아버지가 조용히 말씀하셨다.
“왜 아무 말이 없지? 먼저 누르는 사람이 이기는 건가….”
순간 뒤에 서 있던 사람들이 웃음을 참느라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무도 재촉하지 않았다.
아마 속으로는 다들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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