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시식 코너의 철학

― 무료 한 입으로 시작되는 뜻밖의 인류애

by마테호른

집 근처에 백화점 하나와 대형마트 세 곳이 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만 네 군데다.

그래서 가끔 아내가 묻는다.


“어디, 가?”


나는 대답한다.


“…일단 가보고.”


사실 필요한 건 두부 하나일 때도 있고,

휴지 한 묶음일 때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필요한 것보다 계획에 없던 것을 더 많이 사게 된다.

그리고 그 모든 계획 변경의 중심에는 늘 시식 코너가 있다.


예전 마트는 시식 코너의 전성시대였다.

만두가 익고, 소시지가 지글거리고, 떡이 김을 올리고, 전이 노릇하게 뒤집히던 시절.

마트는 장을 보는 곳이 아니라 작은 축제였다.

그리고 시식 코너는 그 축제의 메인 무대였다.


한 바퀴 돌고,

한입 먹고,

또 한 바퀴 돌고,

다른 모자를 쓴 것처럼 자연스럽게 다시 지나가던 사람들.


생각해 보면 그 시절 우리는 모두 시식 코너 앞에서 꽤 창의적이었다.


가장 재미있는 건 가족 분업형이다.

아빠가 먼저 간다.


“맛있네요.”


잠시 뒤 엄마가 간다.


“어머, 괜찮네요.”


조금 있다가 아이가 간다.


“한 번만 더 주세요.”


그리고 마지막에 할머니가 등장한다.


한 번은 어떤 아저씨가 만두 시식을 하더니 진지하게 물었다.


“이거 몇 개 먹어야 한 봉지 산 걸로 쳐줍니까?”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마테호른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그곳에서 배웠다. 단 한 줄이 사람을 움직인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그 한 줄을 쓰기 위해서 노력한다.

854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8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90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8화병원 대기실 인간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