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4월 30일 오후 3시 15분.
내 인생에서 가장 선명하게 멈춰 있는 시간이다.
세월은 많은 것을 흐리게 만들었지만,
그 순간만은 아직도 어제처럼 또렷하다.
너는 세상에 나오기로 한 날보다 열두 날을 더
엄마 뱃속에서 머물렀다.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도 소식이 없던 시간.
기다림은 점점 길어졌고,
엄마 아빠의 마음은 말없이 조급해졌다.
한편으로는 너다운 첫인사 같기도 했다.
서두르지 않고, 자기만의 시간으로 세상에 오려 했던 아이.
그날 노량진 청화병원 복도는 이상하리만큼 길었다.
하얀 벽, 희미한 소독약 냄새, 분주한 간호사들의 발걸음….
모든 풍경이 긴장 속에 멈춰 있는 듯했다.
나는 복도를 서성였고, 시계를 보았고, 두 손을 모았다.
봄날 오후의 햇살이 창문으로 들어오고 있었지만,
내 마음에는 햇살이 닿지 못했다.
그리고 마침내,
세상에서 가장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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