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 선배, 아침 회의 끝나고 나 좀 봐요.”
탁용칠의 갈굼은 끝나지 않았다. 뻔하다. 쓸데없는 것으로 트집 잡아 선배를 면박 주려는 것이다. 그나마 따로 보자고 하는 걸 보면 선배의 자존심은 지켜 주려는 모양이다. 그 배려가 가상하다. 탁용칠과 탁용팔, 나 셋이 빈 회의실로 들어갔다. 탁용팔은 부르지도 않았는데 친형처럼 따라 들어왔다.
어제 분석 맡긴 결과가 나왔는데 왜 x-cut을 했느냐고, 모르면 물어봤어야지 그렇게 막 분석하면 어떡하냐고, 탁용칠은 제 바카라상을 손바닥으로 치며 분을 삭였다. 탁용팔이 형을 진정시켰다. 선배가 그러고 싶어서 그랬겠어요, 잘 몰라서 그런 거지.
이 순간 자존심을 땅바닥에 내려놓기로 했다. 갓 3년 차 후배들의 텃세에 꼴에 선배라고 정색해 봐야 좋을 게 없다. 대신 약하게 내리기에는 억울한 게 있어서, 강하게 내렸다.
“아 씨발 내가 정말 잘못했네. 내가 병신 새끼인가 봐. 난 그게 그만 씨부럴 x-cut인 줄 알았지 뭐야. 그래서 묻지도 않고 병신같이 의뢰했지 뭐야.”
탁용팔이 놀라서 그렇게까지 자바카라하실 필요는 없다고 했다. 탁용칠도 조금 놀란 표정으로 봐주겠다며 급하게 회의실을 나갔다. 탁용팔은 나가면서 귀띔했다. 선배, 보기보다 한 성격 하시나 봐요. 그래도 용칠 형님 심기는 건드리지 마세요. 고등학교 때 유도부였어요. 얼마 전에도 다른 팀 동기를 들어서 내리꽂았어요. 흠칫했지만 놀라지는 않았다. 저런 말 같지도 않은 말에 놀랄 내가 아니다.
자리로 돌아오자 장도영 사원이 눈치를 보다 살금살금 다가왔다. 아침 회의의 고자질이 마음에 걸렸을 것이다. 그녀의 매력은 눈망울과 애교다. 누구든 그 애교에는 잘 넘어간다. 통합되어 같은 팀원인데 커피 한잔하자는 제안에, 나는 승낙했다. 거절은 거절한다.
막상 휴게실에 가 보니 둘이 아니었다. 진달호와 세 명의 새로운 선배, 진혜영 대리, 문진수 과장, 이홍렬 과장이 함께 있었다. 진달호는 그 사이에서 어색한 미소만 짓고 있었다.
이홍렬 과장은 과거 탁씨 형제의 멘토였던 과장이다. 작은 키에 통통한 체형, 둥글둥글한 얼굴에 찢어진 눈, 까랑까랑한 높은 목소리. 별일 없으면 조용히 앉아 있는 사람인데, 오늘은 별일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작은 눈을 억지로 치켜뜨며 나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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