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팀으로 자리를 옮기는 날이다. 짐을 챙겨 다른 팀으로 이동하는 첫 경험은 기분이 묘하다. 잘 풀려서 옮기면 좋으련만, 대부분은 강제로 옮겨지거나 통보를 받고 옮긴다. 그래서 짐 싸는 자들의 얼굴은 보통 어둡다. 긴장한 표정, 억울한 표정, 걱정하는 표정. 나는 무표정을 골랐다. 어떤 표정도 보여주지 않기로 했다.
라미정과 연민호는 그래도 후배라고 짐 옮기는 일을 도와주었다. 사무실을 나서며 마주친 변기린과 김선호의 싸늘한 눈빛과 쓴웃음은 잊히지 않는다.
K2 공장의 배선지옥 사무실은 허전했다. 사람이 별로 없었다. 별로가 아니라 거의 없었다. 완성된 K1과 다르게 K2는 이제야 장비가 들어오는 중이고, 사람도 뒤늦게 충원되는 중이다. 지금은 공조 소리만 맴돌지만, 조만간 K1처럼 여기저기 욕설이 오가며 소란해질 것이 뻔하다.
첫인사를 받아 준 사람은 민귀남 파트장이다. 이름은 예스러운데 얼굴은 젊다. 작은 키에 둥근 얼굴, 둥근 몸. 전체적으로 순한 곰 상이다. 그리즐리처럼 큰 곰이 아니라 꿀통을 든 곰돌이 푸 쪽이다. 악수를 청하는 손도 퉁퉁해서 곰 발바닥을 연상시켰다. 그는 고향과 고등학교를 묻더니, 내가 제 후배라며 어깨를 툭 쳐주었다. 생각보다 친근한 태도에 오히려 내가 주춤거렸다.
“앗? 형, 형이 여기로 왔어요?”
진달호였다. 나보다 한 달 늦게 특채로 들어온, 동기나 다름없는 얼굴이다. 신입 연수 때 같은 반이었다. K2 운영을 위해 뽑힌 인력이라고 했다. 가라앉은 상고머리와 두꺼운 금테 안경이 그를 샌님처럼 보이게 한다. 우리는 반갑게 인사했다.
진달호가 선배들을 소개해 줬다. 권준현 대리는 영화배우처럼 잘생겼다. 훤칠한 키에 목소리도 좋은 쾌남이다. 나영석 대리는 일 잘하는 시골 농부 같은 인상에 차분하고 부드럽다. 후배로는 진달호와, 지금 야간 중인 박서방 사원이 있다. 두 대리는 변규선을 알고 있었다. 걔 완전 또라이잖아, 고생 좀 했겠네, 하며 나를 반겨 주었다. 직원이 이렇게 많은 회사에서 둘 다 그를 안다니 세상 참 좁다. 혹시 모르니 전 팀 사람 험담은 조심하기로 했다. 저 둘이 나를 떠보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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