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 타기로 정해졌다

by부소유

야간근무는 무탈했다. 지나고 보면 오히려 편했다. 무시하는 사람도, 깎아내리는 사람도 없으니 일에 집중하기 좋았다. 고요한 사무실에서 적당한 긴장을 갖고 현장에 대응했다. 밤에 다른 팀에서 문의가 와서 새로운 인간관계도 생겼다. 특수배선지옥은 밖에서 보이지 않는 곳이라, 갈라파고스처럼 이상한 방향으로 진화한 팀이다. 사람들은 이 팀을 점점 신기해했다.


야간 사이에 일이 하나 있었다. 김민선 대리가 해외 영업팀으로 전배를 간다는 것이다. 내가 야간에 들어가자마자, 사전에 짜 둔 시나리오처럼 벌어진 일이다. 화학공학 전공에 생산부 공정 4년 경력으로 어떻게 그 팀에 가나 싶었다. 나중에 알았다. 그녀는 퇴근 후 매일 영어와 마케팅을 공부했고, 사내 교육을 수강하며 실무자 강사와 인연을 만들었다. 그 인연이 전배로 이어졌다. 한마디로, 주체적으로 이동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 단어를 나는 오래 기억하게 된다.


하루는 장석구 파트장이 파트원들을 소집했다. 신입사원을 두 명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 명은 변규선이, 한 명은 김준혁 대리가 맡기로 했다. 변규선은 귀찮아 죽겠다고 투덜거리다가, 이번에 오는 애가 예쁘장한 여자애라는 다 들리는 귓속말에 사진을 내놓으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언제까지나 막내일 것 같던 내 밑으로도 후배가 들어온다. 6개월 만에 중고 사원이 되는 셈이다. 기분이 이상했다. 한편으로는 선배들의 관심이 새 신입들에게 옮겨 가면 나는 좀 편해지려나, 속 편한 생각도 들었다.


오후에 신입 둘이 인사를 왔다.


“안녕하세요. 라미정이에요.”


“아···안녕하십니까. 연민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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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와 어문계를 오가며 공부했습니다. 공장에서 일하는 15년 차 엔지니어이자, 소설을 쓰는 에세이스트입니다. 읽기와 쓰기, 기술과 인간에 대한 생각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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